김혜순 시인 "젠더는 명사 아닌 동사…아시아 여성에 수여 놀라워"(종합2보)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한국 작가 최초
시·번역서 2개 부문 최종후보 올라 시 부문 수상…번역시집으로선 처음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미국의 저명한 출판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김 시인이 처음이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개최한 '2023 NBCC 어워즈'에서 '날개 환상통'의 영어판인 '팬텀 페인 윙즈'(Phantom Pain Wings)를 시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이 시집은 경쟁작인 '모든 영혼들'(새스키아 해밀턴), '무뢰한들의 모임'(로미오 오리오건), '안내 데스크'(로빈 시프), '미세 증거'(샤리프 새너헌) 등 4개 시집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올해 NBCC 어워즈 시 부문 최종후보작 5개 중에서 번역본은 '날개 환상통'이 유일했다.

전미도서비평가회상 시부문을 번역시집이 수상한 것은 상 제정 이후 '날개 환상통'이 처음이다.

'날개 환상통'은 NBCC 그렉 바리오스 번역서상 부문의 최종후보에도 올랐으나 이 상은 터키 작가 테제르 외즐루의 소설 '유년의 차가운 밤들'에 돌아갔다. '날개 환상통'은 김 시인의 등단 40주년이던 201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그의 열세번째 시집이다.

김 시인의 전작 시집 '불쌍한 사랑 기계',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 '죽음의 자서전' 등을 영어로 옮겼던 한국계 미국인 시인 최돈미의 번역으로 지난해 5월 미국의 출판사 뉴디렉션 퍼블리싱에서 출간된 이후 현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시집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말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되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NBCC는 미국의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평론가들이 1974년 뉴욕에서 창설한 비영리 단체로, 1975년부터 매년 그 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영어로 쓰인 최고의 책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서 등 부문별로 상을 준다.

김 시인과 번역가인 최돈미 시인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뉴디렉션퍼블리싱의 편집자 제프리 양은 "젠더는 명사가 아닌 동사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여성을 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시집은 최돈미 시인과 함께 썼기에 그녀와 함께 상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김 시인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김 시인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날개 환상통'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전혀 수상을 기대하지 못했다.

아시아 여자에게 상을 준 것이 놀랍고 기쁘다. 훌륭한 번역으로 오래 함께해온 최돈미 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