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국가든 기업이든 영원한 아군·적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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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샛 경제학전국시대 중국의 전국칠웅(진·조·위·한·제·연·초) 중 서쪽의 진(秦)나라는 상앙의 개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군사력이 매우 강해졌습니다. 나머지 나라는 이를 두려워했습니다. 이때 소진이라는 인물이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에 맞서야 한다는 합종책(合從策)을 제시했습니다. 반대로 장의라는 인물은 진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으며 이들의 힘을 분열시키는 연횡책(連橫策)을 시행했지요. 이를 ‘합종연횡’이라 하며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는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합니다.
(147) 합종연횡
러시아의 팽창 의욕과 유럽의 세력 확대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침공 이유 중 하나였죠. NATO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이 1949년에 체결한 북대서양조약이 그 시작입니다. 이 조약의 핵심은 ‘집단방위’입니다.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공격당하면 다른 회원국 모두가 공격받은 회원국을 도와주는 것으로, 강대국 소련에 맞서기 위한 유럽의 합종책이었죠. 소련은 붕괴했지만, NATO는 유지되어 회원국을 늘리고 있습니다.러시아는 자신의 서쪽 국경에서 확대되고 있는 NATO를 두고 볼 수 없었겠지요. 그래서 국경을 맞대고 있고, NATO에 가입하려던 우크라이나를 본보기로 공격했습니다. 이 같은 위협을 통해 러시아는 소련에서 탈퇴한 나라들이 자신의 영향력 안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세력 확장을 의도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최근 중립국이던 스웨덴(사진)이 NATO의 32번째 회원국이 되면서 오히려 NATO의 결속력은 강화되었습니다. 연횡책으로 합종책을 깨려던 러시아는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이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치열한 반도체 산업 쟁탈전
경제에서도 합종연횡이 활발합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업 간 협력 및 갈등이 치열하지요. 우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절대적 강자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에 맞는 AI 반도체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없기에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합니다.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압도적 점유율로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도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지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모색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와 협력관계이기도 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객으로 맞이하며 경쟁자가 되었죠.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도 삼성전자·SK·인텔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구상 중이며, 일본도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기업은 강점인 분야는 집중하고 약점은 다른 기업과 협업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지요. 하지만 필요성이 떨어지면 헤어지고 다른 경쟁자와 손을 잡습니다. 기업 경영을 할 때도 합종연횡을 유념하고 경계해야 하겠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