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以暴易暴 (이포역포)

▶ 한자풀이
以: 써 이
暴: 사나울 포
易: 바꿀 역
暴: 사나울 포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다
힘에 의지하는 정치를 이름
-<사기(史記)>이포역포(以暴易暴)는 ‘폭력으로 폭력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나라를 힘에 의지해 통치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고사가 <사기> 백이숙제열전 편에 나온다.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는데, 왕은 아우 숙제로 하여금 자신의 뒤를 잇게 했다. 그러나 왕이 죽자 숙제는 형 백이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백이는 아버지의 명을 따라야 한다고 나라를 떠났고, 숙제 또한 그 뒤를 따라갔다. 이때 백이와 숙제는 서백(西伯) 창(昌)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가 의지하고자 했지만 그는 이미 죽어 문왕(文王)에 추존되었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아버지의 위패를 수레에 싣고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을 정벌하고자 했다. 백이와 숙제가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간(諫)했다.

“부친의 장례도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孝)라 할 수 있는가. 신하된 자로서 군주를 시해하려는 것을 인(仁)이라고 할 수 있는가.”무왕의 호위 무사들이 백이와 숙제를 죽이려 했으나 왕은 이들을 의인이라고 하며 돌려보내게 했다.

무왕이 은을 평정해 천하가 주(周) 왕실을 종주로 섬겼으나, 백이와 숙제는 그 백성이 되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지조를 지켜 주나라의 양식을 먹으려 하지 않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로 배를 채웠다. 그들은 굶주려 죽기 전에 이런 노래를 지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저 서산에 올라 산중의 고비나 꺾자구나. 포악한 것으로 포악한 것을 다스렸으니(以暴易暴), 그 잘못을 알지 못하는구나. 신농(神農), 우(禹), 하(夏)의 시대는 홀연히 지나가고 우리는 장차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아! 이제는 죽음뿐이로다, 쇠잔한 우리의 운명이여!”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면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힘으로 누르면 힘으로 저항한다. 덕(德)으로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위정자가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면 나라가 화(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