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ETF, 상장 후 석달은 사지 마세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초기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 때 관련 ETF가 상장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시장의 관심이 꺼지며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 시장에 신규 상장한 테마형(국내 주식) ETF는 34종이다. 이 중 상장한지 3개월이 지난 29개 상품 중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최초 상장가(1만원)를 웃돈 경우는 1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6개는 상장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의 주가가 최초 상장가를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주가가 부진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월~9월 상장한 15개 테마형 ETF 중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최초 상장 가격을 웃돈 상품은 5개에 불과했다. 특정 업종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새로 출시된 테마형 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상장 후 단기 낙폭이 가장 컸던 상품은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ETF였다. 국내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지난해 8월 출시했다. 3개월이 지난 시점의 주가는 8240원(-17.6%)에 그쳤고,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주가는 8120원(-18.8%)에 머물렀다.

국내 태양광 업종에 투자하는 'ARIRANG 태양광&ESS Fn' ETF도 추이는 비슷했다. 상장 후 3개월(8710원), 6개월(7945원)이 지난 시점까지 최초 상장가(1만원)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주가도 8440원에 마감했다.
이 때문에 "테마형 ETF 출시 시점이 해당 섹터의 단기 고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차전지와 바이오,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이 부각된 이후에 관련 ETF가 출시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뒤늦게 쫓아간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2차전지 업종과 관련한 테마형 ETF 5종이 신규 상장했는데 이 중 3개월이 지난 시점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1개(SOL 2차전지소부장Fn)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금은 최초 상장가를 크게 밑도는 7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특정 테마가 빠르게 달아오른 뒤 빠르게 식는 경향이 있다"며 "관련 테마 ETF를 구성해 출시할 때 쯤이면 이미 그 열기가 식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상장하고 있는 미국 장기채 ETF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에 장기 국채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여럿 선보이고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이 기대보다 늦어지는 탓이다.작년부터 이달 22일까지 상장한 미국 장기채 ETF는 10종이다. 지난해 8월 상장한 'ARIRANG 미국채30년액티브'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엔화로 미국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926억원 어치 순매수에 나서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가는 9.7% 하락했다.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도 지속되며 손실폭이 확대됐다.
유일하게 선방 중인 테마는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ETF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 말까지 10종의 AI·반도체 테마 ETF가 상장했는데, 10종 모두 현재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ACE AI반도체포커스' ETF였다. 상장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11.4%, 현재까지는 46.5% 올랐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