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들여 시설 확충' 의대증원 지방대 준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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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중도 늘리기로…제주대는 '무수능' 도입 방침
"환자 떠난다"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도 계속돼 정부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며 2천명 증원에 못을 박자 각 대학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강의실과 실습을 위한 각종 시설, 의료 장비를 마련하는 한편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반면 의대생 증원 지침에 반발해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들도 점차 늘어나 의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교수진 확보·강의실 확충…복지 시설도" 분주한 대학
대학 측은 학생들의 이론 공부를 위한 강의실 뿐만 아니라 임상 실습을 위한 각종 의료 관련 장비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할 기초의학·임상의학 교수 등 인력 역시 확보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난 인하대는 의학교육 인증에 필요한 필수 의료과목인 의료교육학과 의료인문학을 담당할 교원들을 먼저 채용할 방침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강의실과 실습실뿐만 아니라 학생 복지 시설 등을 마련해 교육환경 개선에 우선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100명으로 늘어난 제주대는 현재 의대 강의동을 증축해 강의실과 실험실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주대 관계자는 "제주지역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해 다시 지역 의료계에 남을 수 있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의대생 교육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440억원을 들여 의대 연구동을 증축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울산대는 현재 동구 한마음회관을 의대 교육, 실습실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2025년 3월부터 수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총 5층 건물의 1·2·5층만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정원이 3배로 늘어나면서 나머지 3·4층을 포함해 건물 전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아대는 이미 지난해 의대 건물과 시설을 확충했고, 늘어난 정원에 따른 교육 여건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동아대병원은 권역센터 2개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의대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병원의 의사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역인재 전형도 끌어올린다…'지방 유학' 문의도
정부가 이번 의대 정원이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60% 수준까지 올린다고 발표하자, 대학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기존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제주대는 의대 신입생 선발 방법을 대폭 바꿀 계획이다. 제주대는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2027학년도까지 60%, 2029학년도까지는 70%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대는 당장 2026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지역인재전형 정원 중 10%를 학교생활기록부와 심층 면접만으로 뽑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수능'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원이 200명까지 늘어난 경북대는 내년도 입시 요강을 확정하는 4월 말까지 올해 49%였던 지역인재 선발 비중을 늘어난 정원만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대는 정원 90명을 증원함에 따라 현재 46%인 지역 인재 전형 비율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대학에서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확대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지방 유학'에 대한 문의도 잇따른다.
부산교육청 학력개발원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학부모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부산지역에 있는 의대에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 내용이다.
부산교육청 학력개발원 관계자는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해당 중·고등학교에 전학이 아닌 입학을 한 뒤 졸업해야 한다"며 "내년에 부산지역 중학교에 입학시키고자 전학을 고려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들 연락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올해 연말 부산으로 전학 오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잇따른 의대 교수 사직 결의 "병원 떠난다"
정부가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 이후 사직을 결심하는 의대 교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이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22일 작성한 사직서를 올리고 "필수 의료분야를 간신히 지킨 의사들마저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지역 심혈관질환자의 고통을 줄여드리자고 다짐했지만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78%가 자발적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진료 시간 단축에 대한 조사에서도 62%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혀 향후 근무 시간도 현행보다 축소할 예정이다. 손홍문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학생과 전공의의 선배이자 선생인 교수 상당수가 제자들이 하는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가 합당하다고 생각해 동참하는 것"이라며 "사직서를 낸다고 당장 업무를 중단하지 않고 한 달여간 환자를 최대한 보살핀 뒤 병원을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전북대 의대에서는 지난 20일 보직교수 12명이 보직을 사임했다.
교수들은 "대학에서 의대 정원을 58명 늘린 것에 따른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학장단은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휴학을 한 학생들의 면담도 준비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생각이 완고해 휴학을 철회시키기 어렵다"며 사직 이유를 밝혔다. (홍현기 백나용 이강일 박철홍 김솔 천경환 나보배 정찬욱 강태현 장지현 박성제 기자)
/연합뉴스
"환자 떠난다"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도 계속돼 정부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며 2천명 증원에 못을 박자 각 대학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강의실과 실습을 위한 각종 시설, 의료 장비를 마련하는 한편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반면 의대생 증원 지침에 반발해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들도 점차 늘어나 의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교수진 확보·강의실 확충…복지 시설도" 분주한 대학
대학 측은 학생들의 이론 공부를 위한 강의실 뿐만 아니라 임상 실습을 위한 각종 의료 관련 장비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할 기초의학·임상의학 교수 등 인력 역시 확보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난 인하대는 의학교육 인증에 필요한 필수 의료과목인 의료교육학과 의료인문학을 담당할 교원들을 먼저 채용할 방침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강의실과 실습실뿐만 아니라 학생 복지 시설 등을 마련해 교육환경 개선에 우선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100명으로 늘어난 제주대는 현재 의대 강의동을 증축해 강의실과 실험실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주대 관계자는 "제주지역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해 다시 지역 의료계에 남을 수 있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의대생 교육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440억원을 들여 의대 연구동을 증축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울산대는 현재 동구 한마음회관을 의대 교육, 실습실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2025년 3월부터 수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총 5층 건물의 1·2·5층만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정원이 3배로 늘어나면서 나머지 3·4층을 포함해 건물 전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아대는 이미 지난해 의대 건물과 시설을 확충했고, 늘어난 정원에 따른 교육 여건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동아대병원은 권역센터 2개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의대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병원의 의사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역인재 전형도 끌어올린다…'지방 유학' 문의도
정부가 이번 의대 정원이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60% 수준까지 올린다고 발표하자, 대학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기존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제주대는 의대 신입생 선발 방법을 대폭 바꿀 계획이다. 제주대는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2027학년도까지 60%, 2029학년도까지는 70%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대는 당장 2026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지역인재전형 정원 중 10%를 학교생활기록부와 심층 면접만으로 뽑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수능'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원이 200명까지 늘어난 경북대는 내년도 입시 요강을 확정하는 4월 말까지 올해 49%였던 지역인재 선발 비중을 늘어난 정원만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대는 정원 90명을 증원함에 따라 현재 46%인 지역 인재 전형 비율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대학에서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확대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지방 유학'에 대한 문의도 잇따른다.
부산교육청 학력개발원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학부모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부산지역에 있는 의대에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 내용이다.
부산교육청 학력개발원 관계자는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해당 중·고등학교에 전학이 아닌 입학을 한 뒤 졸업해야 한다"며 "내년에 부산지역 중학교에 입학시키고자 전학을 고려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들 연락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올해 연말 부산으로 전학 오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잇따른 의대 교수 사직 결의 "병원 떠난다"
정부가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 이후 사직을 결심하는 의대 교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이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22일 작성한 사직서를 올리고 "필수 의료분야를 간신히 지킨 의사들마저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지역 심혈관질환자의 고통을 줄여드리자고 다짐했지만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78%가 자발적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진료 시간 단축에 대한 조사에서도 62%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혀 향후 근무 시간도 현행보다 축소할 예정이다. 손홍문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학생과 전공의의 선배이자 선생인 교수 상당수가 제자들이 하는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가 합당하다고 생각해 동참하는 것"이라며 "사직서를 낸다고 당장 업무를 중단하지 않고 한 달여간 환자를 최대한 보살핀 뒤 병원을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전북대 의대에서는 지난 20일 보직교수 12명이 보직을 사임했다.
교수들은 "대학에서 의대 정원을 58명 늘린 것에 따른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학장단은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휴학을 한 학생들의 면담도 준비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생각이 완고해 휴학을 철회시키기 어렵다"며 사직 이유를 밝혔다. (홍현기 백나용 이강일 박철홍 김솔 천경환 나보배 정찬욱 강태현 장지현 박성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