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에 의사가 파업하는 내용도 나오나요?"…직격탄 [김소연의 엔터비즈]

유아인 마약·의사파업 논란 어쩌나…드라마 편성 속사정
/사진=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전공의들이 파업하는 얘기도 나오나요?"

tvN 새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슬전의')에 꼬리표처럼 따라 나오는 반응이다. '슬전의'는 의대 정원 확대로 불거진 의학계 반발로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의 직격탄을 맞은 작품이다. 본래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오는 5월 편성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의사 파업이 시작되면서 편성마저 올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하지만 의사 파업에 대한 반감으로 캐스팅과 티저 영상 공개 등 기본적인 홍보, 마케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엔 정상적으로 방영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슬전의'는 2020년 시즌1, 2021년 시즌2 형태로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생활과 성장기를 다루면서, 제작진은 "저출산 시대 속 비인기과에 당당히 들어선 레지던트들의 삶을 조명하는 만큼 현실 세계를 반영한 실감 나는 이야기들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영될 때도 '의사 미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슬전의'에서도 비슷한 전개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 나오고 있다.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날 수 있다고 집단 사직으로 압박하고,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글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치솟았다.

그런데도 '슬전의'를 묵혀두고 마냥 상황만 지켜볼 순 없다. 이미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OTT 플랫폼 등과 계약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 "국내 상황이 이러니 기다려 달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방송 편성, 예전 같지 않아"

한 방송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황에 맞춰 편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해외 판매가 활발해진 만큼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며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는 기술적인 검수와 번역 등을 위해 작품 공개 전 미리 영상을 보내는 등 사전 작업도 진행해야 해서 예정된 일정을 우리 사정에 맞춰 바꿀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음 같아선 '슬전의' 측도 내년까지 공개 시기를 연기하고 싶을 것"이라며 "워낙 걸려있는 게 많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일정 엄수는 OTT 플랫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알려졌다. 한 유명 연출자가 TV 방영 직전까지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편집하다가 OTT에 보낸 영상과 방송 방영분이 달라 수십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뻔 했다는 일화도 있다.

OTT 오리지널도 피하지 못하는 논란 격파

OTT 오리지널 작품이라도 국내 논란을 완벽하게 피해서 공개되진 않는다. 최근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가 4월에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됐다. '종말의 바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배우 유아인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 넷플릭스 측은 "'종말의 바보' 공개일은 현재 정해진 바 없고, 정해지는 대로 공식 자료로 밝히겠다"고 했지만, "늦어도 올해 안엔 공개되는 게 아니겠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일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MBC '신돈', '개와 늑대의 시간', 넷플릭스 '인간수업', '마이네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과 JTBC '밀회',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쓴 정성주 작가가 각본을 맡아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진 후 공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미 유아인은 '종말의 바보' 촬영을 마친 상황이었고, 극 중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편집도 불가했다.본래 지난해 공개될 작품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파문에 올해까지 공개 일정이 밀린 것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도 1년이나 기다린 셈이지만, 유아인은 여전히 재판받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 없이 홍보하고, 콘텐츠가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편성은 전략인데…

편성은 콘텐츠의 최종 디스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만든 제품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보일 방안을 고민하는 게 편성이기 때문. 방송국에서는 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OTT 플랫폼에서는 더 많은 유료 가입자를 얻기 위해 편성을 고민하고, 이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외부요인이 경쟁사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다.

편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공개 플랫폼, 시기 등을 함께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OTT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사전제작 시스템이 장착되면서 1년치 라인업이 미리 정리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 배우의 논란이나 예상치도 못한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이전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익명을 요구한 홍보 마케팅 전문가는 "글로벌 OTT가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이 늘었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아졌다"며 "국내 논란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 일정을 잡는다는 건, 국내 리스크 감수하는 게 작품을 묵혀두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