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원에 팔린 베르사체 드레스 … 글로벌 갑부들의 자선 행사는 특별했다 [홍콩 아트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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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과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 지난 21일 저녁, 홍콩의 야경이 빛나는 이곳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양조위, 판빙빙, 공효진을 비롯한 '셀럽'들과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드레스와 수트를 갖춰 입고 포토월에 섰다.
LVMH 나탈리아 보디아노바가 연
VIP 자선 행사 'The Children Ball'을 가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VIP들을 평일 저녁 홍콩으로 불러모은 행사는 패션쇼도, 영화제도 아닌 자선 행사다. 자선 행사를 연 주인공은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과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그룹의 첫째 며느리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다. 두 사람은 어린이의 치료와 성장을 돕는 기부 행사인 ‘The Children Ball’을 열었다. 청은 '더 웸프', 보디아노바는 ‘네이키드 하트’라는 이름의 자선 단체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모두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행사는 두 재단이 협력해 선보이는 첫 행사다. 이날 보디아노바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직접 홍콩을 찾았다.
이번 행사에는 45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선발 자격도 엄격하다.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약 800만원의 자선 식사값을 지불하고, 아동 정신 치료 프로그램에 추가적으로 기부를 해야 한다.
보디아노바는 러시아 빈민촌에서 태어나 11세 때 시장에서 과일을 팔다 모델로 데뷔해 LVMH가의 며느리가 된 '인생 역전'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당일에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잊지않았다. 그는 "나는 중증 뇌성마비를 가진 동생이 있다"며 "동생을 돌보며 아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행사는 ‘홍콩 아트 위크’ 시즌에 맞춰 필립스옥션과 함께 경매 형식으로 진행됐다. 페이스갤러리부터 명품 브랜드 쇼메와 베르사체, 축구단 파리 생제르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선 경매를 위해 작품과 특별 상품을 내놨다. 경매를 책임지는 경매사도 남달랐다. 필립스옥션의 아시아 대표 조나단 크로켓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페이스갤러리가 내놓은 로버트 나바의 작품은 행사 주최자인 에이드리언 청에게 팔렸다. 이날 그는 작품이 나오자마자 쉬지 않고 판넬을 들어올리며 나바의 작품을 향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5분여 간 이어진 치열한 입찰경쟁 끝, 나바의 작품은 한화 1억 8700만원에 청의 소유가 됐다.
파리 올림픽의 원하는 모든 경기를 관람하는 2박 3일간의 ‘VIP 스포츠 투어’, 파리 생제르망 선수 락커룸에 들어가 선수들과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이색 프로그램들도 경매에 올랐다. 파리올림픽 VIP 투어는 4000만원에, 파리 생제르망 프로그램은 3000만원에 팔렸다.이 날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가 내놓은 드레스였다. 어깨에 보석이 박힌 에메랄드 빛의 드레스는 3억 7000원만원에 주인을 찾았다.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작품과 프로그램은 단 한 개도 없다. 행사를 위해 홍콩을 찾은 전 세계의 ‘슈퍼 리치’들이 흔쾌히 지갑을 연 까닭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작품을 갖게 된 참가자는 “이번 경매는 단순 작품 수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예술을 통해 소외된 계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선 행사는 사회에, 또 세계 예술계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청은 행사 직후 “경매를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는 사실을 듣고 압도당했다”며 “오늘처럼 예술계가 다음 세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플랫폼은 계속 생겨나야 하고,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홍콩=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