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라고 피하지 않겠다"…강남·서초 뛰어든 민주당 주자들

민주당 절대 열세 지역서 '인물론', '맞춤형 정책'으로 승부
서울 강남과 서초는 TK(대구·경북) 지역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불모지와 같은 곳이다.'출마는 곧 패배'라는 공식이 있다고 해도 좋을 이곳에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긴 홍 원내대표는 1년 6개월째 지역구를 샅샅이 훑었지만, 여전히 지역 민심은 여당에 우호적이다.

4·10 총선을 20일 앞둔 지난 21일 오후 학부모 총회가 열린 동덕여중 앞에 국민의힘 신동욱 후보와 홍 원내대표가 함께 인사에 나섰다.신 후보 쪽에는 "지지자예요"라고 말하며 먼저 다가가는 시민도 있었지만, 홍 원내대표의 경우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역 주민 이모(61)씨는 "민주당을 뽑을 거면 차라리 투표장에 안 가고 말지"라고 말했다.

그래도 홍 원내대표는 여론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홍 원내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서리풀 축제처럼 지역 활동으로 가까워지는 분들이 많고 친근감도 있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서울고로 이동하니 근처 식당 주인이 반갑게 인사하는가 하면 자신을 80대라고 소개한 박모 씨는 반갑게 홍 원내대표의 명함을 받았다.

박 씨는 "국민을 위해 진심 어린 정치를 할 사람이 누군지 판단해야 하는데, 저쪽(여당)이 너무 못한다"고 했다.홍 원내대표는 여당 텃밭인 이곳에도 정권심판론이 작동한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심판론이 깔려 있지만, 유권자 마음을 모아오기는 쉽지 않다.

정책과 인물론으로 선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뮤지컬 전용극장이 포함된 예술복합문화센터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강조했다.

민주당 상징 색깔인 파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인사하는 것도 당이 조금 부족해도 인물을 보고 선택해 달라는 의미라고 홍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강남을에 나선 강청희 후보도 인물론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의사 출신의 영입인재다.

지난 22일 강 후보는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의료대란 해결 적임자', '흉부외과 전문의 강남 닥터'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인사했다.

강 후보는 "험지라고 피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지식인, 전문직 등을 적극적으로 앞세워 더 발전적인 정책 방향을 구상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후보는 수서·세곡동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 부담금 폐지, 2자녀 이상 가구에 상속 시 상속세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원동 주민인 박모(76) 씨는 "민주당 후보는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나"라면서도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한 30∼40대 부부들이 어느 쪽으로 표를 던질지는 모를 일"이라고 내다봤다.
험지 강남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선 후보도 있다.

박경미 후보는 4년 전 서초을에 출마했다가 패한 뒤 이번에는 강남병에 도전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낸 덕인지 지난 19일 오후 대치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인사하는 박 후보를 알아보고 격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았다.

강모(42) 씨는 "교육열이 센 곳이라 교수 출신인 박 후보는 학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후보"라며 "이번에는 선거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는 교과중점학교 지정을 통한 명품학교 조성, 수학체험관 건립 등 '맞춤형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박 후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강남병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