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CJ올리브영에 외국계도 백기…"내실 다지기 돌입"

작년 매출 39% 늘어나 4조원 육박…세포라 등 외국계 철수
국내 매장별 차별화 추진…해외는 온라인몰·PB 현지 입점
증시 상장 재추진 가능성 주목…"급하지 않다"

CJ올리브영이 최근 고속 성장하면서 유통업계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작년 매출이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한 CJ올리브영의 독주로 한때 경쟁하던 랄라블라(구 왓슨스)·롭스, 세포라마저 한국 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올리브영은 국내 매장은 상권별로 차별화해 내실을 다지고 해외 시장은 온라인몰 활성화와 자체 브랜드(PB)를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시키는 '투 트랙' 전략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올리브영이 고속 성장을 통해 기업공개(IPO) 시점을 앞당길지에도 주목한다. CJ올리브영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IPO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 거치며 매출 2조원대로 불어나…IPO 재개 관심
24일 유통업계와 CJ올리브영에 따르면 1999년 영업을 시작한 CJ올리브영은 매출이 17년 만인 2016년 1조원(이하 별도기준)을 돌파하고서, 5년 만인 2021년 두 배인 2조원을 달성했다.

매출이 2조원에서 지난해 3조8천여억원으로 늘어나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매출(3조6천억원),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매출(2조8천억원)을 웃돈다.

매출이 최근 2년간 1조7천억원 넘게 늘어난 것은 전국에 매장과 물류망을 갖추고, 디지털화 시스템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중소 브랜드사가 트렌디한 화장품을 계속 출시해 판매를 올리브영에 맡겨 동반 성장 효과도 봤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GS리테일이 운영하던 랄라블라는 2022년 11월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롯데쇼핑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모두 정리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세포라도 오는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성 고객들에게 올리브영 매장이 너무 익숙해서 외국 스타일의 매장 분위기와 향, 제품 구색이 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의 83%가 직영점이며 뷰티제품을 모두 직매입해서 판매한다.

여성 고객이 80%에 이르고 이중 20∼30대가 주류여서 기초와 색조화장품 매출이 60%에 이른다.

이처럼 올리브영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2년 잠정 중단한 기업공개(IPO) 재개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으나 회사 측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리브영 상장은 CJ그룹 오너가 승계와 맞물려있다.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CJ로 지분 51.15%를 갖고 있다.

이재현 CJ회장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CJ올리브영 "국내선 인위적으로 매장 안 늘린다…매장별 차별화"
CJ올리브영은 국내 시장에선 매장 개수를 늘리기보다 순차로 기존 매장 상권을 분석해 리뉴얼을 지속하기로 했다.

매장별 유동 인구와 고객 특성을 다각도로 고려해 차별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매장 수는 작년 말 기준 1천339개로 작년에 41개가 늘어났다.

명동타운 매장은 작년 11월 외국인을 겨냥한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전면부에 외국인이 많이 찾는 K-뷰티 브랜드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을 배치했고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운대엘시티점은 작년 12월 리뉴얼하면서 야외 테라스와 벤치 등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작년 2월 말 리뉴얼한 제주중문점에는 제주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립밤 등을 비치하고 돌하르방과 현무암으로 외경을 조성했다.

같은 해 5월 리뉴얼한 서울 무교점은 젊은 직장인 고객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상품을 강화했다.

지난 2월에는 신촌중앙점을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역 2번 출구 앞으로 이전했다.
◇ 해외는 온라인으로 공략…"글로벌몰 키우고 자체 브랜드 현지 입점"
CJ올리브영은 2014년과 2018년 각각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매장을 열었다가 적자 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 사업으로 돌렸다.

자체 온라인몰인 글로벌몰을 통해 외국인 주문을 받고 전 세계 150여개 국가로 2만여종의 뷰티제품을 국제특급우편(EMS)이나 전자상거래용 국제 소형 소포로 배송한다.

2019년 6월 오픈한 글로벌몰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80%가량 증가했다.

운영 첫 해 3만명 수준이던 멤버십 회원은 작년 말 120만명을 넘었다.

CJ올리브영은 글로벌몰을 키워가는 한편 자체 브랜드를 해외 현지 유통 채널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올리브영은 또 자체 브랜드를 지난 2019년 일본 복합 쇼핑몰 '루미네'에 입점시키고, 이커머스 플랫폼 라쿠텐 등에서 판매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