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전문가 "'모스크바 테러 자처' IS 주장, 신빙성 있다"

"현장서 살육 지속 대신 도주 계획 짠 건 의외"
IS "수년만의 가장 격렬한 공격"…테러범 4명 사진도 공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현재까지 133명이 사망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안보 전문가들의 IS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과거 IS의 공격 패턴과 일치한다고 분석하면서도 현장에서 살육전을 지속하는 대신 탈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이례적인 점으로 꼽았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저지른 테러를 연구해온 체코의 안보 전문가 아담 돌니크는 이번 테러가 최근 몇 년간 IS나 알카에다가 자행한 테러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돌니크는 IS가 2015년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여객기를 폭파했고 2022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했던 과거 전력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이번 공격을 IS가 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IS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더라도 이번 테러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외교 정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장 23일 실시한 대국민 연설에서 검거된 테러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고,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발언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에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돌니크는 다만 이번 테러에 있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테러 현장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이슬람 무장 세력의 공격 특성과는 달리 용의자들이 도주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보안 전문가인 야신 무사르바슈도 이번 테러의 배후 주장에 사용된 언어, 내용, 소통 채널 등을 보면 IS로부터 나온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요소가 IS가 테러 주체임을 꼭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번 테러의 소행을 자처한 IS의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 역시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왔으며 선전매체에서 자주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말해 이 단체가 모스크바 테러를 저지를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의 안보 전문가인 피터 노이만은 자신들의 책임을 주장하는 방법, 테러 수법, 구소련 중앙아시아 출신 무슬림이 개입됐다는 혐의, 미국에서 극단주의자 테러를 경고했다는 사실 등이 모두 이번 테러의 주체가 IS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노이만은 엑스(X·옛 트위터)에 "결론은 푸틴도, 우크라이나도 아니었다.

IS였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IS는 용의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음을 재차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IS는 이날 저녁 이번 테러를 주도했다는 소개와 함께 네 명의 용의자 사진을 공개했다.

IS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는 검은색 야구 모자와 얼굴을 복면처럼 감싸는 바라클라바를 두른 남성 네 명이 한 손가락을 치켜든 채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이들의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됐고, 뒤에는 IS 이름이 흑백으로 쓰인 포스터가 붙어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제스처는 IS를 상징하는 행위로, 신은 오직 하나라는 이들의 신념을 나타낸다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IS는 공개된 사진과 함께 성명을 내고 "유혈 공격으로 러시아에 강력한 타격을 줬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 용의자가 테러 전 '집중 모니터링 작전'을 시행했으며 기관총, 칼, 폭탄으로 무장하고 최대한 많은 '기독교인 집단'에게 피해를 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IS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300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하며 공격의 동기는 "IS 및 이슬람 국가들과 싸우는 나라들 간의 격렬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