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사비·금리 상승 덫에 걸린 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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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건설부동산부장분양 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한 달에 한 번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공개한다. 최근 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700만원(3787만원)을 넘어섰다. 작년 2월과 비교해 1년 새 24% 뛰었다.
서울에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5000만원이라는 얘기다. HUG의 월별 평균 분양 가격은 공표일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 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분양시장 냉각 속에서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왜 계속 오를까.
분양가에 희비 엇갈린 청약시장
전반적인 청약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분양된 전국 71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34개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1 대 1에 못 미친다. 지방에서는 1순위 접수자가 한 자릿수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다. 고분양가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려 청약 시장이 냉랭하다는 분석이다.그나마 서울은 선방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경쟁률 442.32 대 1),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유보라(124.37 대 1), 강동구 둔촌동 더샵둔촌포레(93.06 대 1) 등이 대표적이다. 입지와 분양 가격이 청약 성적표를 좌우한 셈이다. 강남권은 규제지역이어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아파트 분양가는 통상 땅값(택지비)과 공사비, 금융비, 조합(시행사)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땅값은 내리지 않는다.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불만이다. 공사비는 최근 3년 새 50% 가까이 뛰었다. 원자재와 인건비가 급등한 영향이다. 금융비는 사업 초기 단계의 브리지론과 그 이후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PF 금리는 연 10% 안팎으로, 2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치솟았다.
"지금 분양가가 가장 싸다"
민간 시행사는 브리지론 상태에서 사업성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공사비와 금융비를 고려할 때 통상 10%로 잡는 수익을 거두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기존 아파트값 약세로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공사비가 급등해 대부분 현장에서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지금 있는 집도 비싸지만 공급되는 집도 비싸게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아파트 원가 구조 중 ‘돈값’(금융비) 급등을 꼽았다. 연 10%를 웃도는 PF 금리에 주선·자문·취급·약정 등 다양한 명목으로 1~2%를 떼는 수수료 부담이 개발사업을 옥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여기에 ‘시간값’을 추가했다. 각종 규제로 인허가 기간이 긴 점을 지적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주택 PF 대출 건수가 손을 꼽을 정도로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PF발 리스크 차단을 외치는 바람에 대부분 금융회사가 개발사업에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 기존 아파트값이 회복되고 금리가 상당 부분 떨어지지 않는 한 분양 가격이 안정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지금 분양가가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