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박한 정당 정치 보여주는 투표용지 51.7㎝

후보자 등록이 지난주 마감되면서 22대 총선이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자 현황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선거용 신생 정당이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자격 미달 후보자가 적지 않다. 후보자 3명 중 1명(34.6%)이 전과자이고, 횡령 등 전과 11범도 섞여 있다. 20, 30대 비율은 5.4%에 그쳐 쇄신 공천은 말뿐이었다. 물론 물갈이율이 높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지만, 선거 때마다 세대교체를 외쳐 놓고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다.

준연동형제로 인한 꼼수와 왜곡이 4년 전보다 더 심화해 ‘좀비 정당’이 판을 친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38개에 이르고, 유권자들은 역대 가장 긴 51.7㎝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2020년 21대 총선 때 35개보다 3개 더 많고, 투표용지는 3.6㎝ 더 길어졌다. 투표용지 분류기의 처리 한도를 초과해 이번에도 100% 수개표를 하게 됐다. 4년 전 35개 정당 중 지금까지 명맥을 이은 곳은 7개에 불과하다. 당시 원내 한 석 이상을 확보한 비례용 정당이 지금까지 유지하는 곳은 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위성정당으로 의석을 확보한 뒤 모두 거대 정당과 통합했기 때문이다. ‘떴다방’식 일회용 가설(假設)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역구 후보만 낸 원내 1, 2당이 빠지는 바람에 비례 투표용지 1, 2번은 비어 있고, 3번부터 시작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또 일어났다. 주요 비례정당 후보들을 보면 함량 미달 인물도 수두룩하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담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딱하다. 여야 모두 ‘심판론’만 앞세우고 10대 공약이라고 내놓은 것도 대부분 선심성 위주다. 선거 때마다 ‘기본 시리즈’를 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는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 취약 계층 1인당 10만원 추가 지급을 주장했다. 그래 놓고 현 정부를 향해 ‘이러다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외쳤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제3지대 정당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거대 양당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고, 조국당은 보복과 한풀이뿐이다. 모두 부박한 우리 정당 정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