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물질 빠르게 찾아내는 AI…15년 걸리던 신약개발, 7년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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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앞당긴 치료제 개발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노화 치료제 개발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반 치료제보다 훨씬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노화 치료제에 AI를 도입해 신속한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수천가지 약물 테스트 가상 검증
비용도 '5분의 1' 수준으로 단축
항노화제는 2031년 기준 3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 큰 시장으로 평가받지만 아직 출시된 치료제가 없다.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항노화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노화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수백만 가지 다른 과정이 복잡하게 얽힌 다인성 복합질환이라는 이유가 컸다. 하나의 표적이 아니라 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은 이런 어려움의 많은 부분을 해소했다. 일례로 유전체뿐 아니라 단백질, 대사물질 등 우리 몸에 관여하는 수많은 요소에 대해 통합적인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졌다. 이에 다수 AI 신약개발사가 노화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홍콩 기반의 AI 신약개발사 인실리코메디신은 노화를 역행하는 약물을 AI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AI 플랫폼으로 암, 면역질환, 섬유화질환 등 노인성 질환 치료제뿐 아니라 생체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등 노인성 질환 세 개의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양자컴퓨터센터를 지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였다.싱가포르 기반 바이오기업인 제로는 화이자와 협력해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섬유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AI 플랫폼은 수천만 건의 노화 관련 유전자 데이터와 관련 질환 환자의 의료기록을 분석해 노화를 되돌릴 타깃 질환과 물질을 선별한다.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맥심 콜린 제로 대표는 “최대 10년까지 젊어지도록 한 뒤 이후 노화를 막아 건강 악화를 방지하는 약물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평균 15년의 시간과 3조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AI는 이를 7년과 6000억원 규모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플랫폼으로 빠른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항노화제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