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며 月 200만원씩 벌어요"…'출산율 기적'의 비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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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⑨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⑧에서 계속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마을 전체가 육아에 참여하는 공동 육아가 출산율 기적을 쓴 비결로 꼽힌다.
日 산골마을 '출산율 기적' 가능케 만든 두 제도
日평균 출산율의 3배 오카야마현 나기초
편의점 가듯 단기 알바 가능한 '일자리편의점'
아이 돌보며 알바 가능…월 200만원 벌기도
적립한 포인트로 아이돌봄 품앗이도
마을 전체가 어린이집인 나기초의 육아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가 '일자리 편의점(나기시고토엔)'과 '나기차일드홈'이다일자리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간단하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일자리 편의점이 관공서와 기업, 농가로부터 의뢰받은 일자리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려는 주민과 연결하는 매칭 방식이다. 2017년부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면서 작업 장소가 마을 행정구역 안이라면 뭐든지 맡는다. 보통은 2~3시간, 길어야 반나절이면 끝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업무용 우편물에 주소지를 붙이는 등의 간단한 사무업무나 농사일을 돕는 일이 가장 많다. 나기초에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고령자와 장애인의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구와무라 요시카즈 일자리편의점 대표는 "나이를 먹어서 도시의 자녀 집에 몸을 맡기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복지시설에 보낸다는 이유로 나기초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현재 300명 정도가 일자리편의점에 등록해 있다.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고 복직이나 구직을 위한 훈련에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90대 노인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연령대는 아이를 키우면서 용돈벌이를 하려는 젊은 주부들이다. 오카야마의 올해 최저임금은 932엔이다. 30분만 일하고 500~600엔 받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월 20만엔(약 182만원) 가까이 벌어가는 사람도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일자리편의점은 972건, 2200만엔어치의 일감를 수주해 수수료를 뺀 1800만엔을 아르바이트비로 지급했다. 대체로 일감이 많은 반면 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일자리 편의점이 육아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일자리 편의점에서 보호자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다. 주유소를 개조한 일자리 편의점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일에도 방해 받지 않도록 구성돼 있다. 파티션의 높이를 조절하거나 문을 달아서 아이와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아이 숲'이란 뜻의 '코모린(こもりん)'은 일자리편의점에서 이웃 엄마가 아이를 대신 봐주는 제도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는 돈 대신 포인트를 쓴다. 이번에 다른 아이를 봐주고 쌓은 포인트로 다음에 내 아이를 봐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갑작스런 새벽 발열 등 육아에는 돌발 상황이 따른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 당일 일자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홋카이도와 나라, 돗토리, 미야자키 등 5~6곳의 지자체에서 일자리편의점 제도를 도입했다.남편의 전근으로 3년 전 미야자키현에서 이주해 온 하라다 가즈미(34세)씨는 4살 리츠 군과 2살 시즈쿠 양을 키우는 전업 주부다. 하라다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도 가볍게 '일을 조금만 해볼까' 하는 기분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⑩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