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징계 무기연기, 정부·의료계 실질적 대화 나서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복귀 명령에도 응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와 관련,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주문했다. 또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한 위원장은 앞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난 뒤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조치를 무기한 미루고 의사단체와 협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과 만난 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도 “정면충돌을 막아달라. 우리도 의사단체나 전공의들을 설득해 테이블에 나갈 테니 정부를 설득해 장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이 같은 움직임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의대 증원은 정부 권한이고, 내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까지 발표된 마당이라 2000명 증원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일 뿐이다. 필수·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이 모든 일을 당사자인 의사들을 뺀 채 할 순 없다.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혼란에 따른 국민과 환자의 고통을 막는 게 지금 제1의 민생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정부도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대화의 장에 들어올 명분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정부가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 제스처를 보인 건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의료계도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정부와 의료계가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식으로 버티는 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조롱하는 행위도 그만둬야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최근 성명에서 “일부 학교에서 복귀를 희망하거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전 학년 대상 대면 사과 및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체주의적인 조리돌림과 폭력적 강요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런 식의 집단행동 강요는 누가 봐도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행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