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리어' 주연 김준수 "2년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연기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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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무대 오른 국립창극단 '리어'
정영두 연출가·리어 역 김준수 인터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리어왕’은 자기에게 아부하는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모든 권력을 넘기지만 두 딸에게 배신당해 결국 미쳐버리는 내용이다.29일 개막을 앞두고 ‘리어’의 정영두 연출과 리어 역을 맡은 김준수 배우를 만났다. 2년 전 초연 공연 때에도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두 사람은 마치 함께 대화를 나누듯 인터뷰에 임했다.
정영두 연출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초연 당시에는 아직 펜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준비 과정부터 조심스러웠고,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조차도 확실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이번에는 더욱 깊어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그에게 작품이 ‘깊어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정 연출은 “2년 동안 쌓아온 새로운 정서와 감정”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와 음악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감정과 경험이 무대를 채워야 더 풍성한 작품으로 성장한다는 게 정 연출의 지론이다.
그런 아버지의 변화는 그가 ‘리어’를 또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리어왕의 행동을 아버지의 마음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리어왕이 딸들에게 내뱉었던 모진 말들이 자기를 한 번 더 알아달라는 마음이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어요.”‘리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건 김준수 배우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딸과 재회하며 지난날의 후회를 노래하는 리어왕을 보며 정 연출 역시 그의 가족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다고. “400년 전 영국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도 가족과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정 연출은 배우들이 이런 경험과 감정에 몰입해 작품에 생명력과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배우들이 일깨워 줄 때가 많다”며 “내가 생각한 그림을 배우들이 깨부수면서 더 깊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주문에 응답하듯 김준수는 오기를 품고 ‘리어’를 준비해왔다. 새로운 감정을 담아 이전까지 시도해본 적 없는 연기에도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계산되지 않고 순간순간 나오는 즉흥적인 연기가 리어를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김준수로서 이성의 끈을 놓고 무대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죠.”
“한 두 개의 해석과 정답으로 ‘리어’를 단편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을 보고 느낀 기분을 긴 시간 고민하면서 내 안에서 숙성시킨다면 공연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공연 프리뷰) 판소리 셰익스피어·전도연판 체호프…고전 희곡 '한국판' 쏟아진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