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주가 올리겠다고"…네이버 대표에 주목하는 개미들

네이버 주가, 올 들어 16%↓
작년 주총서 주주가치 제고 약속했지만…
최 대표 올해 주총서 어떤 약속 내놓을 지 주목
사진=뉴스1
26일 네이버 정기주주총회가 열린다. 작년 주총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주가치를 약속했지만, 주가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일각에선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공습 등 경영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가 어떤 발언·약속을 내놓을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네이버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제2사옥 1784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주총에선 이사 보수 한도 승인건, 제25기(2023년) 재무제표 승인건 등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사진도 일부 개편된다. 네이버는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전 대표와 이사무엘 인다우어스 공동 창립자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이번 주총을 통해 최수연 대표의 3년차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7.8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2.91% 오른 것을 감안하면 뼈아픈 수준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선 16% 밀렸다. 최 대표는 작년 3월 주총 당시 "올 한 해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팀 네이버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발언에도 주주 수는 줄었다. 주가가 부진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 주식을 소유한 사람은 95만4211명이었다. 2022년 말 105만166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지난달 5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33거래일 연속 네이버를 순매수했다. 주가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 모여 하소연하고 있다. 한 주주는 "회사에 주가 부양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주가수익률만 보면 카카오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네이버는 개미에게 고통을 주는 주식"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네이버에 투자한 15만7029명(22일 기준)의 평균 손실률은 29.15%에 달한다. 이들의 93.79%는 손실을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영 성과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e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명, 581만명으로 집계됐다. e커머스 앱 중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다. 기존 2위였던 11번가는 3위로 밀렸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플랫폼의 성장세가 거세다"며 "알리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걸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는데, 네이버가 공들이는 브랜드 스토어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알리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상반기 내 실적으로 증명해야 커머스 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순항하고 있지만 전사 실적을 떠받치기엔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기준 치지직의 MAU는 208만명으로 경쟁사 아프리카TV(253만명)를 쫓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치지직은 출시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네이버 전체 실적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기에 주가 모멘텀(상승 동력)으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업계 선두인 아프리카TV의 시가총액이 1조44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치지직이 네이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 시총은 30조5000억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네이버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점점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4곳의 증권사(다올·미래·한화·SK)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10조6913억원으로 제시됐다. 3개월 전 10조8731억원에 비해 2000억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