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말이 장인' 尹 대통령은 정말 '대파' 시세 잊었나 [이슈+]
입력
수정
당근·대파 주재료로 계란말이 만들던 尹 대통령"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들고..."
野, 대파 시세 몰라 "물정 모른다" 공세 이어가
실제로는 "다른 데는 이렇게 싸기 어려울 것" 언급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대파 가격'이 정쟁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물정을 모른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나치게 저렴한 대파 가격을 두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에만 하더라도 수준급의 계란말이 실력을 뽐냈었다.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회자하는 '윤석열 계란말이'의 레시피의 주재료는 계란, 당근, 대파다.
대선 후보 시절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윤 대통령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계란 10개를 넣은 '대왕 계란말이'를 만들며 "요리 좀 하는 사람은 코팅 팬 잘 안 쓴다"며 각 잡힌 계란말이를 완성했다. 이에 출연진들은 "많이 해본 솜씨다", "윤 주부다"는 등의 평가를 했었다. 불과 2년 반 전만 해도 '계란말이 장인'으로 화제가 됐던 윤 대통령은 정말 몇 년 만에 대파의 시세는 까맣게 잊었을까.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평가가 나온 전후 대화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은 지난 18일,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에 기록된 대파 한 단(1kg)의 평균 소매 가격은 2721원이었다.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본 875원과는 세 배가량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875원이라는 가격은 정부 할인 정책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을 거쳐 나왔다. 권장 소비자가(4250원)에 납품단가 지원(㎏당 2000원)과 농협의 자체 할인(㎏당 1000원)을 적용한 1250원에서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30%)까지 더해 875원이 됐다.
윤 대통령은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가 "원래 가격은 지금 1700원 정도 해야 하는데 저희가 875원에 이제 (판매 중)"라고 하자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일부 발언을 발췌해 '대파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 폭망 심판론을 키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25일에도 논평을 통해 "대파 한 단 가격도 모르는 대통령, 고물가로 장바구니에 담은 식재료를 도로 내려놓아야 하는 서민의 마음을 모르는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3일 경기도 포천을 찾아 "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서 진짜 대파 한 단이 얼마나 하는지 사 봤다"며 "대통령이 살 때는 875원이라고 하니 야당 대표가 가면 900원 정도일까 했는데 3900원이었다"고 공세를 폈다. 이외에도 서울 노원갑 후보인 우원식 의원, 중·성동갑 후보인 전현희 후보, 전북 전주갑 후보인 김윤덕 의원, 경기 화성정 후보인 전용기 의원 등이 3000~4000원 대인 자기 동네의 대파 가격을 인증하며 '대파 챌린지'에 참여했다.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한 이승환 국민의힘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엔 대파가 한 단에 7000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당 의원님들은 이럴 때는 전통시장 안 가고, 마트만 찾는다"고 꼬집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