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수상' 이수지 작가 "그림책은 독자 마음속 이야기 꺼내주는 열쇠"

첫 에세이집
국내 최초 안데르센상 수상자
"다양한 상상 가능한 게 그림책의 매력"
"이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속에 있고, 그림책은 그저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열어주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이수지, <만질 수 있는 생각> 中)

2년 전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50·사진)는 26일 열린 에세이집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문학적인 서사에 익숙한 독자는 그림책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다양하게 해석하고 상상하면서 독자를 창조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주요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그림책을 만들지만, 앞으로 더 넓은 독자를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에세이집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앞서 2022년 국내 작가 최초, 아시아 작가로선 38년만에 안데르센상을 받아 국내외로 화제가 됐다. 이 상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그림 작가 퀀틴 블레이크, <삐삐 롱스타킹>을 만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모리스 센닥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이 받은 권위 있는 상이다. 이 작가는 그밖에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뉴욕 타임스 그림책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등 주요 국제상을 휩쓸었다.

이 작가는 '글 없는 그림책'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도야 놀자> 역시 글이 없고 그림만 있다. 이 책은 미국과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14개국에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글이 없어 제목만 번역한 채로 출간됐다. 이 작가는 "각국의 독자들을 만나보면 작품 속 주인공을 각각 자기 나라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며 "이게 바로 그림책이 가질 수 있는 '보편성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책은 이 작가가 처음으로 내놓은 에세이집이다. 처음 그림책 작가가 된 이야기부터 초창기 작업 노트, 두 아이를 키우며 작업한 순간들, 외국 편집자와 일한 일화 등이 담겨 있다. 이 작가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작가로서 많은 설명을 하는 편"이라며 "작가가 작품에 관해 직접 많은 이야기를 해줄수록 또 다른 질문을 더함으로써 작품 세계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요즘 차기작 및 전시회 준비로 바쁘다. 내달 23일부터 전남 순천 그림책도서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다음 작품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음악과 그림책을 융합한 작업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그림책은 어린이가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예술"이라며 "단순히 교육적인 목적으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른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