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총, 서진석 '무난한 데뷔'…서정진 '깜짝 등장'

제33기 정기 주주총회
이사 보수한도 '200억' 증액에 주주 발발…"120억원↓ 약속"

'온라인 참석' 서정진 회장, 주주와 신경전
장남 서진석 대표 사내의사 재선임 "무난한 데뷔"
제 33기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 의장을 맡은 서진석 대표. / 사진=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200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수용해 120억원 이하로 보수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는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예고 없이 화상 연결을 통해 주총에 등장한 서정진 회장에 이목이 쏠렸다. 서 회장은 미국에 머물며 지난달 현지에 출시한 신약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영업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배당 등을 두고 주주들과 날이 선 논쟁을 펴기도 했다.셀트리온은 이날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33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후 첫 주총이다. 의장을 맡은 서진석 대표는 "법인 통합 직후라 많은 주주분들이 회사 미래에 대해 궁금증이 많으실 것 같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이를 좀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33기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서정진 회장. / 사진=셀트리온 제공

이사 보수한도 증액 통과에 일부 주주 반발…"120억원만 쓰겠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무리 없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이사들의 보수총액 또는 최고한도액은 기존 9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셀트리온 지분 5.27%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지만, 이날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 기준 반대 8.79%, 기권 0.03%, 찬성 47.84%로 보통결의 정족수를 충족했다.주총 현장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액을 늘리는 데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참석한 셀트리온주주연대 대표는 "국민연금이 셀트리온 이사보수 증액이 과도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통과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것 같다"며 "보수 합계를 120억원 이하로 유지하겠단 약속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서 대표는 "임금 한도의 증가가 현재 임원이 받는 보수의 증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말씀하신 대로 보수총액을 120억원 이하로 유지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깜짝 등장'한 서정진 "짐펜트라 美영업으로 올해 한국에 없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서 회장도 화상 연결을 통해 주총에 등장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현지 영업을 위해 출국했다.서 회장은 "지금 미국 현지에서 짐펜트라를 사용하는 병원이 2800개, 처방 의사는 7500명 정도가 있다. 6월 말까지 그 병원을 모두 순회할 계획"이라며 "우리 제품을 소개하고 매출을 조기에 올리려고 한다. 끝까지 해보고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마케팅, 메디컬팀 등 직원 60명이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이라며 "올해 한국엔 없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성과급 지적 및 배당 요구에 '발끈'한 서정진…주주와 설전 벌이기도

한 주주가 서 회장에게 임원 성과급에 대해 따져 묻자 분위기가 한때 냉랭해지기도 했다. 이 주주는 "40만원이던 주가가 14만원으로 떨어졌는데 과연 회사가 주가 방어를 잘 해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런데도 서정진 회장 등 임원들은 성과금 및 상여금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아 갔다"고 비판했다.이에 서 회장은 "회사가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부적절하다"며 "성과급은 물론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한 10억원 정도일 텐데, 올해 직접 일 시켰다가 다친 직원에게 물어준 돈만 8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인신공격성인 질문은 삼가달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셀트리온 주주총회 현장을 빠져나오는 주주들. / 촬영=한경닷컴 성진우 기자
배당 문제를 두고도 날선 논쟁이 오갔다. 한 주주는 "합병으로 순자산 6조원이던 회사가 20조로 늘어났다"며 "자본 잉여금이 많이 쌓인 만큼 배당을 확대할 계획이 없냐"고 질문했다.

서 회장은 "정말 부적절한 질문이다. 자본 잉여금이 쌓였다고 무조건 주주에게 돌려주라고 하면 미래 가치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다 사라진다"며 "회사도 미래에 투자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도 "주주환원 제고를 위해 꾸준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계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조성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 회장은 "담보 계약 때 해당 주식을 공매도할 수 없다는 식의 조항을 넣어뒀다"며 "절대 악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오해한다. 주총 끝나고 담당 직원을 통해 재무제표, 영업보고서 전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그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 합병 이후 통합 셀트리온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회사는 기우성 단독 대표 체제에서 기우성·김형기·서진석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이 외에도 △제33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 8개 의안이 모두 의결됐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