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공공예술에 헛돈 쓰는 지방자치단체들

[세계도시는 문화전쟁-100년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전라남도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 하의도 곳곳에는 총 318점의 천사 조각상이 있다. 신안군이 “섬 전체(34.63㎢)를 배경으로 야외 미술관을 꾸미겠다”며 19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설치한 작품들이다. 대표 작가는 최모씨(71). 섬 한켠의 표지석에는 프랑스 파리 7대학 교수·명예교수 역임, 바티칸 조형미술 연구소 고문,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 등 작가의 화려한 이력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신안군은 최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씨가 사기 등 전과 6범이고 그의 이력이 모두 허위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경상북도 청도군도 그에게 2억9000만원을 내고 조각상 20점을 구입해 공원 등지에 설치한 피해자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작가의 이력을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공공미술 관련 제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 각지의 공공미술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 기준 전국 공공미술 작품 수는 2만3600여점. 이 숫자는 매년 1000여점, 하루 평균 3점씩 늘고 있다. 한 점당 평균 가격은 1억원대 중반에 달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존재조차 몰랐다는 반응이 절반, ‘세금 낭비’란 반응이 나머지 절반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창간 60주년을 맞아 지난 2월부터 6회에 걸쳐 ‘세계 도시는 문화전쟁 중’ 기획을 연재했다. 해외 ‘문화 강국’들을 찾아 이들의 강점과 성공 비결을 다뤘다. 2부 ‘100년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에서는 한국 문화 현장의 생생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는 거액의 혈세를 들여 흉물만 양산하는 공공미술의 문제다.

성수영/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