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시장 '풍향계' 아트바젤 홍콩 2024 개막…초반 분위기는 '한산'
입력
수정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4 개막지금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은 홍콩을 향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26~29일)의 베일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파티 작품 여전히 미판매 상태
박서보 72억짜리 작품도 팔리지 않아
中경기불황으로 미술품 구매 열기 식었나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는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의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 전망을 점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간 수준으로 열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 페어에는 40개 국가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VIP 오픈일인 26일, 행사장은 한산했다. 지난해 작품을 쓸어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하우저앤워스에서 들고 나온 니콜라스 파티 작품은 여전히 미판매 상태였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2억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 달러(한화 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 파운드(한화 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며 “지난해와 같이 오픈일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더욱 총력을 다했다. 3월 한 달 내내 ‘홍콩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메가 이벤트’들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각종 글로벌 행사의 홍콩 진입을 위해 '메가 아트 앤 컬쳐 위원회'를 만들고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에이드리언 청은 아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아시아 최초로 대형 패션 행사인 컴플렉스콘, VIP 자선 파티 등을 열며 홍콩으로 빅샷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카린 힌즈보 테이트모던 관장 등이 이번 아트위크 기간 홍콩을 찾아왔다.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만해도 아트바젤 홍콩을 향한 전망도 낙관적이었다. 실제 지난 13일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공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예술시장은 9%가량 성장하며 2022년 영국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도 개막 전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글로벌 판매 리포트를 보면 중화권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중국은 지난해 주요 국가들의 매출 규모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홀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이번 페어 분위기가 미지근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중화권 경제 불황이다. 중화권 고객들이 아트바젤 홍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사가 열리던 상반기까지는 중화권 미술시장 경기엔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위기, 홍콩 증시 하락 등으로 경기엔 먹구름이 꼈다. 이번 바젤 또한 중화권의 경기 침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서양 대형 갤러리의 부재다. 마리안 굿맨, 션 켈리 갤러리 등 2019년 홍콩 바젤에 부스를 냈던 세계 대표 갤러리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홍콩과 중국 간 정세 불안과 예술시장 경기 침체를 미리 예상한 까닭이다. 자연스레 수백억대의 대작 출품 수도 줄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도 "서양 대형 갤러리가 빠져 볼 만한 작품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달리 비싼 작품들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