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음모론자 함께 못 해"했는데…과거 부정선거 주장 의혹 제기된 비례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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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비례 5번 이재인 전 청와대 비서관올해 총선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는 이재인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지난 총선 당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부정선거가 있다고 믿는 음모론자들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주창해왔던 만큼, 이 대표 기존 지지자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2020년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 주장
"조작 개연성 충분! 원천적 진실 밝히자!"
"엄격 잣대 중요하나 진의 왜곡은 곤란" 반박
26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5번을 부여받은 이 전 비서관은 2020년 4월 28일 페이스북에 "4·15 총선 승부조작 개연성은 충분하다! 분초를 다퉈 증거보전에 나서야 한다! 전자개표 과정에 참가한 각 단계별 참가업체의 증거인멸 시도를 차단한 연후 조사를 통해 원천적 진실을 함께 밝히자!"고 썼다.올해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 중에서도 과거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던 이들이 있는 만큼, 이런 의혹 제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혁신당을 이끄는 이준석 대표가 과거 이러한 부정선거 의혹 저지에 앞장섰던 만큼, 지지자들은 정당의 가치관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이 전 비서관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이 대표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을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넣는 건 자기모순 아니냐", "이래도 찍어?", "이준석은 분명히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같이할 수 없다고 했는데", "개혁신당은 도대체 어떤 당일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대표는 그간 부정선거 의혹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부정선거가 있다고 믿는 음모론자들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다만 "초기에는 (총선에서) 진 게 분해서, 아니면 권위 요소의 오류 때문에 부정선거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 "그런데 대법원판결이 나온 지금까지도 음모론에 경도됐다면 앞으로 대화가 안 되는 거 아니냐는 기준을 얘기한다"고 예외 기준을 설명했다.이 전 비서관은 '근거가 있는지 확실히 따져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신념처럼 부정선거 의혹을 유포하고 다니는 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통화에서 "당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여러 제보가 있었다. 이걸 그냥 두면 부정선거가 실제로 없었다고 하더라도 의심을 그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 사법 제도에는 재개표나 재검증하는 절차가 있으니,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증거보전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증거보전을 하지 않으면 또 '증거를 빼돌렸다'는 둥 억측에 억측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신념처럼 부정선거 의혹을 유포하고 다니는 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증거 없이 부정선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증거 없이 부정선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증거에 입각해 근거가 있는지 확실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당시 제 입장"이라며 "저는 사회과학 분야 학자로, 미신을 믿지 않으며 증거나 근거 없이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제 원칙"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지난 총선 당시는 재조사 의견을 개진하며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부정선거의 증거 등 확인된 내용이 없는 데도 끊임없이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국론 분열, 국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제안한 내용도 의혹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증거도 뭐도 필요 없이 확실하다는 맹신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이 전 비서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지어비개, 지역구는 어디를 찍든 비례대표는 개혁신당을!"이라고 썼다가, 당직자와 개혁신당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아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그는 같은 날 올린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당원과 지지자분들의 힘이 빠지게 하는 잘못을 했다"며 "지역구도 개혁신당, 비례도 개혁신당"이라고 사과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