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모녀 손 들어줘…한미-OCI 통합 '9부 능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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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주총회서 표 대결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모녀 측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에서 막판 승기를 잡았다. 법원에 이어 국민연금의 찬성표까지 받아내며 OCI그룹과의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율 모녀 42% vs 형제 40%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이례적으로 모녀 측 안건에 모두 손을 들어준 것은 26일 나온 법원 판단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은 일반적으로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는 판단을 내린다. 앞서 KT&G 의결권 행사 때 이사회 측인 방경만 사장 후보와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안에 표를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 내에서는 “경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장·차남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앞서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2400억원 규모 주식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OCI홀딩스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반대한 장·차남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은 이사회가 2년에 걸쳐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다방면의 검토를 해왔다는 점 등을 들어 장·차남 측이 제기한 신주 발행 위법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법원과 국민연금의 결정이 있기 전인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장·차남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장·차남 측이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선택을 받으면서다. 하지만 모녀 측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어 지분율 경쟁에서 2.09%포인트 앞서게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신규이사 6명을 다득표순으로 뽑는다. 양측은 이사회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모녀 측이 6명 선임안을 제시하자 장·차남 측도 5명 선임안을 주주 제안했다. 후보자 11명 가운데 상위 6명이 이사회에 입성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모녀 측 손을 들어줬음에도 주총에서 장·차남 측 이사의 선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16.77%에 달한다. 장·차남 측 인사 중 한두 명만 이사진에 입성해도 회사 내부 자료 제출 요구, 임시주총 요구 등을 하며 통합 작업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한편 장·차남 측은 모녀 측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공익재단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