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는 '스테디셀러' 작가…인세로 연 4500만원 벌었다 [강진규의 BOK워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새학기가 되면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책 중 빠지지 않는 것이 '경제학 원론'이다. 경제학과가 아니더라도 전공 불문, 경제학에 입문해보려는 학생들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다.

예스(yes)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경제학 원론'을 검색해봤다. 가장 인기가 있어 첫 칸에 나오는 책은 문우사에서 출판한 책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이 책을 쓴 사람이 바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다. 28일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이 총재는 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연습문제와 해답, 경제학들어가기, 경제학들어가기 연습문제와 해답 등 4권의 책의 저작권을 재산으로 등록해놓은 상태다. 두권의 책과 책에 관한 두권의 문제집이다.

지난해 이 총재는 4권의 책의 인세로 약 4565만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원론 인세 2730만원을 비롯해, 경제학들어가기 1575만원, 경제학원론 연습문제와 해답 260만원 등이 기록됐다. 이는 2022년 3765만5000원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이 책들은 스테디셀러다. 경제학원론은 1997년, 경제학들어가기는 2003년 나왔다. 이후 경제학도의 필독서로 여겨졌다. 이 총재가 총재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책들의 출판사가 법문사에서 문우사로 바뀐 이후인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1억9729만원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 이 총재와 이 교수의 집필에 관한 일화도 회자된다. 지난 2015년 스승인 이 교수의 퇴임을 앞두고 제자들이 펴낸 문집 '꽃보다 제자'에서 이 후보자는 "(이 교수에게) 몇 달간 쓴 초고를 넘기면 1주일 새 반으로 줄여진 원고를 되돌려 받았다"며 "대학원생이 박사 지도를 받는 식으로 교과서를 썼는데 공저자라고 인세의 반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왼쪽)가 지난 2003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경제학들어가기를 펴낸 후 한경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경DB(김병언 기자)
경제학들어가기를 집필한 직후에는 한경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당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경제학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설 읽듯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변의 사례를 풍부하게 넣었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