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서 319일 만에 풀려난 축구선수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신 반(反)간첩법(방첩법)을 시행한 뒤 중국 비즈니스를 하던 한국 기업인들이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20년 이상 사업하며 두터운 관시(관료 인맥)를 쌓은 한 한국 기업인은 작년 하반기 사업을 접고 영구 귀국했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반간첩법에 따라 언제 어떻게 간첩죄로 엮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다.

또 다른 한국 기업인은 중국 출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베이징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그는 올초 상하이로 출장 갔다가 공항에서 정체 모를 사람이 다가와 “베이징에 살던 사람이 상하이에 왜 왔느냐. 예전 (관리) 친구들도 다 물러났는데…”라는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고 한다.이들 같은 한국 기업인이 가장 눈여겨보던 사건이 축구선수 손준호 억류 건이다. 손준호 케이스는 중국 사법체계의 반인권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승부 조작 사건에 단순 참고인이었던 그는 조사 당일 구단에 없었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37일간 구금됐다. 형사 구류 이후 정식 구속된 뒤에는 영사 접견은 허용됐으나, 중국 공안이 국내법을 들어 구체적 혐의에 대해 일절 알려주지 않아 실질적인 영사 조력을 받지 못했다. ‘비엔나협약’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손준호는 다행히 319일 만에 석방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죄 선고 시 5년 이상 징역형이 예상됐던 점을 감안하면 무죄가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주에 석방됐으나 또 잡혀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귀국하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은 공산당원이 부패 혐의 등으로 조사받을 때 ‘쌍규(雙規) 처분’이 있던 나라다. 쌍규는 당이 정한 ‘시간’에, 정한 ‘장소’에서 조사받는다는 뜻인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기간 동안 조사받는다는 의미다. 중국 반간첩법은 백두산에 관광 가서 북·중 접경 지역을 무심코 촬영했다가도 저촉될 수 있다. 교민은 물론 여행객도 안심할 수 없는 법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