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뉴욕처럼…"세종은 정치·행정, 서울은 경제 수도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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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회, 세종 완전 이전"2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공약 발표는 4월 총선 승부처인 충청권과 한강벨트를 동시에 잡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현재 정부 부처만 내려와 있는 세종시는 사실상 입법·행정 수도가 된다. 고도 제한이 풀린 서울 여의도 주변 지역도 과감한 개발이 가능해진다. 워싱턴DC(정치)-뉴욕(경제)으로 국가 주요 기능을 양분화한 미국처럼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명분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며 “지방시대 완성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韓의 한강벨트·충청 '승부수'
여의도부터 주변까지 개발 확산
충정권, 지역균형발전 중심으로
서울-세종 '행정 비효율' 탈피
공무원들, 이동 시간·비용 절약
야당도 찬성…실현 가능성 높아
○“지방시대 완성에 기폭제 될 것”
행정 비효율이 줄어든다는 점도 국회 이전의 기대 효과로 꼽힌다. 2012~2019년에 걸쳐 정부부처 대다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장차관과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일이 잦았다. 국회에 현안을 설명하거나 법안 관련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 전체가 세종시로 내려가면 도시 자체가 입법·행정 수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동에 따른 시간·비용을 아낄 수 있다.국회가 빠져나간 여의도 부지 개발과 관련한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사당 건물은 역사적 상징성을 감안해 원형을 유지하면서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은 세계적인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과 여의도 공원을 연계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이 입주한 오피스빌딩과 철도 부지를 재개발한 공원(하이라인), 호텔 및 문화시설 등을 복합 개발한 뉴욕의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를 표방하겠다는 설명이다.
실현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앞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세종의사당 설치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국회 세종의사당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계획된 부지 면적은 63만1000㎡로, 여의도 국회의사당(33만579㎡)의 두 배에 달한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이미 조성된 부지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정도 얹는 수준이고, 추가 재정도 거의 들지 않는다”며 “국회가 완전히 이전한다면 서울~세종을 잇는 교통망도 자연스럽게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당초 세종시 국회 이전에 반대했던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세종시 국회 시대를 바라는 유권자 민심도 있고, 여의도를 보다 유익하게 활용하자는 의견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야당도 “반대할 이유 없다”
야당이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야당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반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여당이 협조적이지 않을 때 우리가 관련 예산과 법안을 민주당 중심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여야가 빨리 합의해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하다 무산된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사법·사정 관련 기관도 이전해야 한다. 대법원, 대검찰청,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이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이번 공약이 충청도와 한강벨트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총선 코앞에 늦은 감은 있지만 대전·충청권 민심은 환영할 만하다”며 “PK(부산·경남)권에서도 여의도보다 대전을 오가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지방 전체 표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의도 개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영등포, 마포, 용산, 양천의 표심을 노리는 공약”이라면서 “산업은행 이전이 당 공약인데, 여의도를 금융도시로 만든다는 서울시 계획과 배치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