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폐지, 재건축 규제 완화…4·10 총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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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선택할 부동산 정책약 2주 후면 어느 정당이 22대 국회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가 판가름 난다. 정치권뿐 아니라 부동산 업계와 수요자도 ‘4·10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정부가 재건축과 세금 등 각종 부동산 영역에서 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정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자 보유세 부담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허들 낮추기
국회서 관련법 바꿔야 실현 가능
여야 한목소리 총선 공약은
철도 지하화 대상 구간까지 제시
인구감소지역 주택 수요도 촉진
취약계층 주거 지원은 방법론 차이
여야의 공약 차이도 눈에 띈다. 철도 지하화, 지방 인구 감소 지역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재건축 규제나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 등에 대해선 온도 차가 감지된다.
○세금·재건축 정책 운명은
27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20차례 넘게 민생토론회를 열고 각종 부동산 정책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게 대표적이다.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당초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뒤집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과 임차인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이 같은 공언의 현실화 여부는 다음달 10일 이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각각 부동산공시법, 지방세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면 침체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면 세금 완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건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국토교통부가 지난 ‘1·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밝힌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도 마찬가지로 법(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고, 통과 기준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여당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다. 여대야소로 국회 상황이 바뀌어 이 법이 통과된다면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수혜 단지 위주로 집값이 뛰고, 여러 군데에서 재건축이 동시에 추진되면 일시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9년 만에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부활시키겠다는 구상도 노인복지법을 바꿔야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다는 말만 듣고 분양받았다가 국회에서 법안 합의가 지연돼 마음을 졸였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이라며 “시장에선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대책에 바로 반응하기보다 ‘총선 결과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전했다.
○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
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프로젝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점은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야당도 매우 적극적이다. 총선 공약집에 지하화 대상 구간을 명시했을 정도다. 민주당은 경인선 구로역~인천역과 경원선 청량리~도봉산~의정부역 구간을 비롯해 전국 16개 구간을 지하화 대상으로 꼽았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신림역 구간 등 도시철도 11개 구간과 A노선 운정~동탄 구간 등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개 구간도 지하화하겠다고 했다.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이긴 했지만, 철도 지하화가 실제 제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재원이 들고, 공사 시기도 10년 이상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라며 “경제성 논란 등 실제 집행까진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경부고속도로 기흥IC~양재IC 구간과 경인고속도로 청라~신월IC 구간,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에 지하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야 모두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세컨드 홈 활성화로 인구감소지역 경제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 지방의 주택 수요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1주택자가 농·산·어촌 소멸지역에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해도, 1주택자로 간주하겠다고 공약했다. 소멸지역에 귀농·귀촌 임대주택을 짓겠다고도 했다.취약계층이나 출산 가구 등 대상 주거 지원 공약은 방법론 측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2자녀 이상 출산 때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우리아이 보듬주택’ 공약을 선보였다. 대출금리 대폭 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가계의 금융 부담을 덜겠다고 한 것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월 20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대학기숙사를 수도권에 3만 가구, 비수도권에 2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여당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지난 정부가 도입한 이 정책들이 전셋값 급등과 전세사기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임대차법 허들이 사라진다면 집주인의 전세 공급이 증가해 세입자의 이익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장 가격 제한 폭 등이 없어지면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