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향한 老가객의 염원…서유석 "세상 노래하려고 애썼다"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2년간 뇌경색 앓아 활동 못 하기도"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 그들이 왜 떠나야 하나 / 그들이 왜 죽어야 하나…와이(why) 와이 와이…'
포크 1세대인 가수 서유석(79)은 27일 서울 중구 시청 바스락홀에서 구부정한 어깨 사이로 마이크를 쥐고 가사를 읊어나갔다.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why)는 시대를 노래하는 가수로 불려 온 그가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모래밭에서 쓰러져가는 사람들, 그들이 왜 울어야 하냐고 서유석은 묻고 있다.

이날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노래 가사가 아주 쉽죠"라고 운을 뗀 뒤 "이 곡은 5년 전에 윤항기 선배가 작사 작곡한 노랜데 나를 줬다. 가장 적당한 가수 같다고 했다"며 곡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곡을 들어보니 하마스와 이스라엘도 생각나고, 중국과 대만도 생각나고, 김정은이 남쪽에 뻥뻥 포 쏘는 것도 생각나고. 일촉즉발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노래가 나온다는 것이…(의미가 있죠)"
그는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도 사회적 의미가 있는 가사를 쓰더라"라며 "나 같은 노병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사회적 의미가 있는 가사로 끌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 노래로 메시지가 전달됐는지는 몰라도, 늘 세상을 노래하려고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1968년 처음 노래를 시작해 어느덧 노(老) 가객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이날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외에도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생각', '가는 세월' 등 곡으로 무대를 채우며 약 40분간 동안 흔들림 없이 노래했다.

서유석은 1970년 신세기레코드가 발표한 옴니버스 앨범에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곡 '사랑의 노래'를 불러 데뷔했다. 이후 '가는 세월', '홀로 아리랑', '아름다운 사람', '구름 나그네', '그림자' 등 히트곡을 냈다.

1973년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활동했고, 2015년 25년 만의 신곡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를 들고나와 다시 가수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도합 30여년을 방송하느라 (그 기간)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며 "다 늙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노래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라고 최근 몇 년간 활동을 이어온 심경을 전했다.

서유석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뇌경색으로 약 2년간 가수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는 "오른쪽에 거의 마비가 올 뻔했는데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있다"며 "기타 칠 때 (손가락) 마디가 펴지지 않는다.

요즘에 와서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 포크의 명맥이 희미해져 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서유석은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1세대가 게을렀던 것 같다.

나만 해도 노래 활동은 안 하고 딴짓을 많이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선배라면 후배를 끌어당길 만한 덕을 쌓아야 하는데 그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포크 그룹은 소위 말하는 먹물을 먹었어요.

학력이 좋은 만큼 저마다 자기 상황으로 바빴어. 명맥을 신경 안 썼어요.

그건 큰 잘못입니다.

"
그의 가수 활동 재개를 알린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로는 아직도 저작권 관련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과거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관련 영상 중 일부도 "도둑놈들이 해 놓은 것"이라고 그는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요즘 음악'에 대해 "나이 먹은 세대가 젊은 세대를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

노래 가사 들어 보면 기가 막힌다"며 "우리 세대가 따라 듣지 못하는 게 문제지 걔네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유석은 5월 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올가을부터는 노인을 위한 한마당 축제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