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弗의 작가'가 만든 달, 로켓에 태워 달에 전시하다
입력
수정
지면A21
아메리칸 아트 살롱
제프 쿤스 '월상 프로젝트'
NASA, 달 유인기지 미션
제프 쿤스의 달 작품 설치
125개 버전에 역사적 인물 새겨
지구 밖 설치된 최초 예술품 기록


‘예술작품을 달에 설치한다’는 간단한 명제에서 시작한 월상 프로젝트는 총 3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달에 설치된 작품(직경 1인치), 그와 상응하는 지구에 남는 작품(15.5인치), 마지막으로 NFT입니다. 달~지구~가상세계를 잇는 세 개의 작품이 하나의 세트로, 총 125개 버전이 있습니다. 작품 구매자는 지구에서도 작품을 소유하고 있지만 대략 34만4400㎞ 떨어진 달에 영구 설치된 소장품이 있는 셈입니다. NFT로 제작된 가상세계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왜 하필 NFT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기로 시계를 되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월상’ 프로젝트는 4년 전 과학자이자 디자이너인 샹텔 바이에 4스페이스 창립자와의 협업에서 처음 탄생했습니다. 2021년 페이스로 전속 갤러리를 옮긴 쿤스는 NFT 등 미래 작품 소유 플랫폼을 꾸준히 연구하는 페이스 버르소와 협업하게 됩니다. 페이스 버르소의 아리엘 휴즈 대표는 2023년 2월 GQ에 “투기자산으로 취급되는 일부 디지털 아트와 달리 우리는 각 아티스트에 맞춤화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블록체인에 무언가를 넣는 것이 영속성을 담보한다면 달 표면 그 자체가 블록체인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지구에 남는 조각에는 깨알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같은 보석이 하나씩 박혔습니다. 보석의 박힌 위치는 당연히 작품이 설치된 곳입니다. 일명 ‘달 문화지구’인데 인간의 우주선이 착륙한 공간을 말합니다. 조각은 쿤스 특유의 거울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습니다. 쿤스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 명의 아티스트로 살아온 개인의 역사가 보인다. 이퀼리브리엄 시리즈(농구공을 유리 케이스에 넣은 시리즈)와 나이키 포스터의 열망도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쿤스 입장에서는 개인의 역사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것이죠. 세트당 가격은 200만달러. 판매수익은 전액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됩니다.
달에만 예술 작품이 간 것은 아닙니다. 1977년, 목성형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엔 지구와 인류를 소개하는 이미지와 소리가 담긴 구리 축음기 디스크 ‘골든 디스크’가 실렸습니다. 골든 디스크 표지엔 레코드 재생 방법이 이미지로 쓰여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칼 세이건의 말대로 “진보된 우주여행 문명이 있는 경우에만 기록이 재생될” 수 있겠죠.
뉴욕=이한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