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실적 효자"…부티크 호텔 출점 경쟁

신라스테이, 올해만 3곳 더 출점
롯데 'L7'도 4호점 내고 美 진출

5성급 서비스·합리적 가격 인기
해비치·한화도 공격 영업 나서
롯데, 신라 등 호텔업계가 ‘L7’ ‘신라스테이’ 등 부티크 호텔을 앞세워 출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5~6성급 럭셔리 호텔 대신 4.5성급을 표방한 부티크 호텔을 통해 초기 투자액을 줄이는 동시에 내외국인 ‘호캉스’ 수요까지 빨아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주력이던 면세 사업이 고전하면서 부티크 호텔이 ‘실적 개선의 열쇠’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럭셔리 노하우 녹인 4.5성급 호텔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은 올해 각각 부티크 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와 L7으로 국내외에 출점한다. 신라스테이는 올해에만 상반기 제주 이호테우, 하반기 전주·세종 등 3곳을 개장한다. 롯데호텔은 명동·홍대·강남에서 운영 중인 L7의 국내 4호점을 오는 6월 부산 해운대에 열 계획이다.

해외로도 뻗어나간다. 신라호텔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북미 첫 신라스테이를 짓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안에 L7 해외 1호점을 연 데 이어, 다음달 L7 시카고점 개장한다.

신라스테이와 L7은 ‘비즈니스호텔’에 가까운 모델이다. 객실 수는 200~300여 개로 신라호텔 서울(464실)·롯데호텔 서울(1015실)보다 적고, 숙박료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여느 3~4성급 비즈니스호텔과는 다르다. 호캉스 수요까지 잡기 위해 럭셔리 호텔에 있을 법한 시설과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L7은 비즈니스호텔로는 드물게 루프톱 수영장을 갖추고, 신라스테이는 신라호텔 수준의 객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부티크 호텔을 중심으로 확장에 나선 이유는 럭셔리 호텔 신축에 비해 기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잘 녹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확장을 서두르는 이유다. 최근 3개월간 L7의 평균 투숙률은 80%를 웃돌았다.

○실적 개선 열쇠 된 호텔

부티크 호텔 확장은 면세업 불황과도 관련돼 있다. 롯데호텔·신라호텔의 핵심 사업이던 면세 부문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호텔 부문 성장이 절실해졌다. 롯데호텔의 면세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1.1%에 달했지만, 2년 만에 65.2%(작년 3분기 기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호텔사업 비중은 13.6%에서 26.7%로 높아졌다. 신라호텔도 호텔·레저 부문 매출 비중이 2021년 12.7%에서 2023년 19.1%로 상승했다.

L7과 신라스테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위탁경영’을 맡기는 곳도 늘고 있다. 굳이 부지나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L7과 신라스테이 브랜드를 빌려준 뒤 객실 관리, 직원 교육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신라스테이 LA점과 L7 시카고점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L7과 신라스테이가 성공하자, 다른 호텔들도 부티크 호텔로 출점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은 부산 해운대에 ‘해비치플레이스’(가칭)라는 브랜드로 부티크 호텔을 짓고 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부티크 호텔 ‘마티에’를 2030년까지 1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