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쁘다 바빠, 여권 이야기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해외여행을 하는 모든 국민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여권이다. 한 나라의 여권 파워는 국력을 상징하는데, 우리나라는 공동 세계 2위(올해 헨리여권지수 기준)로 전 세계 193개국을 무비자 혹은 도착 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이런 여권을 만드는 곳이 바로 한국조폐공사다.

현재 여권은 2021년 12월 도입된 차세대 전자여권이다. 보안성과 내구성이 강화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개인정보면을 적용했고, 디자인에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최신 보안기술을 적용했다. 조폐공사의 여권 공급 능력은 1년에 약 500만 권 정도인데,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여권 발급량이 급감하며 막대한 유휴 인력과 장비가 발생해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여권 발급량은 465만 권이었는데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104만 권, 2021년 67만 권으로 급감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여권 신청량이 급증해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288만 권이던 여권 신청량이 2023년에는 공급능력을 크게 초과하는 624만 권을 기록했고, 올해 여권 신청량도 작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조폐공사는 폭증하는 여권 신청량에도 불구하고 기한 내 여권을 제공하기 위해 전사적인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분증을 생산하는 대전 ID본부 근로자 중 여권 발급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선별해 여권부서에 추가 배치하고, 주 52시간 내에서 연장근로를 최대한 활용해 우선 급한 불을 껐다. 다음으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충남 부여에 있는 제지본부의 생산인력을 ID본부에 급히 파견해 휴일 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야 지체되던 발급 기간이 정상화됐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협조해준 노조에 감사한다.

이 모든 노력 덕분에 여권 수요 급증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쉼 없이 달려온 ‘바쁘다, 바빠’ 생산 과정이었지만 문제가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조폐공사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화폐와 신분증을 제조하는 공기업이다. 안정적 공급에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책임감은 대한민국 공공기관 중 1등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이런 자부심이 최근 여권 수요 폭증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대한민국 여권은 신청이 용이하고 발급이 신속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여권을 지니고 해외여행을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