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형제가 이겼다 한미-OCI 통합 무산

경영권 표대결서 모녀 측 눌러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통합에 반대하는 한미약품 장·차남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면서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주총 직후 장·차남 측에 ‘결과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전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등 5명이 나란히 이사진에 선임됐다. 모두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 측 이사다. 그룹 통합을 이끌어온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기존 이사진은 4명만 남아 통합 반대 측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주총 직후 이 회장은 임종윤 전 사장 측에 “앞으로 한미약품을 잘 이끌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미다. 이날 주총에서 이 회장과 함께 통합에 찬성한 송 대표 측 이사 선임은 모두 불발됐다. 송 대표의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선언하며 시작된 경영권 다툼은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 반대 측을, 국민연금이 찬성 측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 지분율은 40.56% 대 42.67%로 찬성 측이 2%포인트가량 앞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한 표는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42.2%였다. 모녀 측으로 분류된 주주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는 의미다.

화성=이영애/박종관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