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협, 총선 겨냥한 '벼랑끝 전술'은 안 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총선으로 끌고 가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으름장이다. 또 “전공의나 (의대) 교수, 학생 중 하나라도 민·형사상 불이익이나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을 사용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고, 대화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까지 요구했다. 선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부터가 급진 정당 대변인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복귀 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하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의협은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되풀이하며 일종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이런 행동은 국민 눈에 오만으로 비칠 뿐이다. 규모나 방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이다. 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에서 의사 부족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의사들이 요구하는 필수·지방의료 수가 인상, 의료 사고에 대한 소송 부담 완화와 함께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감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도 의대 증원 폭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2000명 증원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여당에서도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해선 의제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증원 규모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는 기류다.

물론 정부가 내년도 대입에 적용할 대학별 의대 정원까지 발표한 터라 2000명 증원 계획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대학별 수시 모집요강이 확정되는 오는 5월 말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다. 그전까지 의대 증원을 둘러싼 혼란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사들이 벼랑 끝 전술 같은 행태로 어설픈 정치집단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 의협은 속히 이성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