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전쟁이 시작됐다 [앵커브리핑]


○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얘기입니다.

○ 지금 보시는 건,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입니다. 공장 한 동, 한 동을 팹 (FAB)이라고 부르는 데, 이 팹 한 동을 짓는 데 무려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조 원이 넘게 듭니다.○ 우리가 과거 학창시절을 '윈도우XP 세대', '윈도우 7세대'라고 불렀던 것처럼, 미래에는 지금을 '챗GPT4.0 세대'라고 부를 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모델과 그에 필요한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까지, '챗GPT 10.0 시대'에는 정말 샘 올트먼이 말한 9000조 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인공지능 업계의 거물들이 중동의 오일머니를 찾는 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돈이 이미 미국 월가나 실리콘밸리에서 모을 수 있는 펀딩의 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 미국과 중국이 불을 붙인 반도체 전쟁 속에, 그래도 한 번 싸워볼 만한 국가들은 본격적인 국가 대항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래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에서, 적어도 자국 기업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위기감과 규모를 키워 진입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조급함이 막대한 보조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뒤처지면, 적어도 10년은 굶어야 한다는 공포가 '자유무역'이라는 시대적 이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 세계적인 선수들만 남아서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데, 우리는 '대기업 특혜'라는 낡고 해묵은 프레임에 갇혀 국가대표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도,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