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카지노' 구상하는 강원랜드…마카오·싱가포르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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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호텔에 수 조원 투자 검토강원랜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카지노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금세 회복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019년 290만 명에 달했던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은 지난해 241만 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50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약 28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日 2029년 복합리조트 개장땐
'내국인 카지노'의 이점 사라져
면적 3~4배 큰 '제2 카지노' 건설
대규모 휴게·편의시설도 조성
K팝·K푸드 관광, 레저시설 확충
非카지노 매출 비중도 높일 듯
강원랜드와 달리 파라다이스 등 다른 카지노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강원랜드만 실적 회복에서 소외된 셈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이용객 상당수가 싱가포르 마카오 필리핀 등 해외로 갔고 일부는 온라인 도박 등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수 조원을 들여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엔데믹 회복에 강원랜드만 소외
29일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현재 영업 중인 카지노 면적의 3~4배 수준의 대규모 카지노를 새로 짓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이번 투자에는 수 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필요 자금은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작년말 기준 강원랜드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7000억원이다. 이 내부 자금을 운용해 작년에만 2000억원 이상의 금융수익을 거뒀다.강원랜드는 설립 초기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앉을 자리조차 없는 곳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꺼렸다. 정부가 도박 중독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장료 징수, 영업시간 제한, 베팅 한도 제한 등의 규제로 이용객들의 원성을 샀다. 카지노 영업이 너무 잘 돼도 정부에는 부담이었다.
○이용객들 해외로 빠져나가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영업 환경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란 입지가 흔들렸다. 강원랜드가 문을 닫자 상당수가 불법 온라인 도박과 ‘홀덤펍’으로 옮겨갔다. 홀덤펍은 대학가 등에 우후죽순 생긴 사설 게임장이다. 카지노와 비슷하지만 칩을 돈으로 바꿔 주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환전해 주는 곳이 많아 사람들이 카지노처럼 게임을 하고 있다.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대규모 카지노가 속속 들어선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국가는 전략적으로 카지노산업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해외 원정 도박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적발이 쉽지 않다.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2029년 오사카에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문을 연다. 투자액이 1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는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에서 강원랜드로 이동하는 데 4시간가량 걸리는데, 서울에서 오사카 구간은 비행기로 2시간 이내다.
○“非카지노 매출 비중 높일 것”
강원랜드가 이번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또 다른 부분은 카지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작년 기준 강원랜드 매출의 약 87%가 카지노에서 나왔다. 스키, 골프, 콘도 등 비(非)카지노 매출은 13%에 불과했다. 강원랜드는 K팝, K푸드 등을 연계해 학생들이 관련 수업을 듣게 하고 건강검진 등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2년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이는 그동안 강원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특혜를 준 사업이다. 하지만 2000년 설립 이후 기대했던 강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랜드에 사람이 몰려와도 도박만 할 뿐 주변에서 돈을 안 쓴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