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전략 바꾼 네오이뮨텍…오윤석 대표 "내년 허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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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치료제로 개발항암제 개발에 집중해 온 네오이뮨텍이 희귀질환 치료제로 신약 개발 중심축을 옮겼다. 상업화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내년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BLA)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무게추 신약개발→신약허가
지난 29일 취임한 오윤석 네오이뮨텍 대표는 31일 “NT-I7이 빠르게 FDA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NT-I7은 이 회사의 유일한 후보물질이다. 최근 적응증을 항암제에서 희귀질환인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으로 바꿨다. 신약허가를 신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년 당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대표는 신약허가 전문가다. 다국적제약사 버텍스파마슈티컬스에서 신약개발 경력을 쌓은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FDA에서 저분자화합물과 항체를 직접 심사했다. 그는 “신약허가가 FDA에서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외부에선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있었다”며 “직접 FDA에 합류한 뒤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FDA 심사역 활동 후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임상을 총괄했다. 지난 1월 네오이뮨텍에 개발총괄사장으로 합류해 대표로 승진한 그는 앞으로 NT-I7의 FDA 신약허가 전 과정을 책임지게 됐다.업계에선 네오이뮨텍이 ARS 치료제로 NT-I7을 개발하는 것을 두고 활용처를 ‘제대로’ 찾았다고 평가했다. ARS는 핵폭발 방사선 피폭 등으로 몸 속 면역세포가 죽어 사라진 병이다. NT-I7은 그간 임상에서 면역세포(T세포) 숫자를 늘리는 증폭 능력을 다년간 입증해왔다.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으로 기존 약 대비 환자의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늘려야 하는 항암 임상과 달리 ARS는 면역세포 수만 늘리면 된다. 다른 경쟁약도 없다. 오 대표는 “미국 정부는 방사능 테러나 사고 등으로부터 군인과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국가전략물자로 ARS 치료제를 비축하려 하고 있다”며 “NT-I7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ARS 치료제 후보”라고 설명했다.
네오이뮨텍은 NT-I7을 국가전략물자로 활용하려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나 생물의학 첨단연구개발기관(BARDA) 외에도 FDA와 ‘투 트랙’으로 협력해 허가를 최대한 빠르게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오 대표는 “과거 미국 휴먼지놈사이언스에서 근무할 때 탄저균 테러에 대비한 항체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며 “그때도 FDA를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했다. 이어 “NIAID나 BARDA 또한 최종 결정 과정에서 FDA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오이뮨텍은 ARS와 치료기전이 비슷한 다른 질환으로도 NT-I7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림프구(백혈구)가 감소하는 특발성 CD4 림프구 감소증(ICL)이나 방사선 유발 림프구감소증(RIL)이 그 다음 타자다. 모두 면역세포 수를 다시 늘려주면 되는 병이다.
오 대표는 “설립 중인 폴란드 법인이 유럽에서의 ICL 임상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허가는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다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오 대표는 우선순위의 조정일 뿐 항암제 개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올해 열리는 다수 암 학회에서도 췌장암과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NT-I7과 면역항암제의 병용 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있다. 오 대표는 “ARS 등으로 우선 FDA 승인을 받으면 항암 분야로도 적응증을 넓히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NT-I7 외에도 자체적인 신규 후보물질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도입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미국 투자자들이 항상 궁금해 하는 것은 ‘다음 먹거리’(What’s next)”라며 “NT-I7에 이은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남=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 사이트에 2024년 3월 31일 13시50분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