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말썽' 차세대 지방세시스템…"비상대응·보수 병행해야"

행안부 "문제 해결하고 있다"는데…지자체 공무원들 '부글부글'
전문가들 "오류 지속 땐 '시스템 근본' 문제…더 들여다보며 완성해야"
작년 11월 정부 행정전산망 사태로 온 국민이 불편을 겪은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 전국 지자체의 납세처리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졌다.정부가 지방세와 세외수입 업무처리를 하는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이하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한 이후 한 달 넘게 크고 작은 오류가 반복되며 국민은 물론 납세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산망 사태 이후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디지털행정서비스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공무원들은 당장 내달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대규모 납세를 앞두고 혹시나 뇌관이 터지지는 않을지 긴장 상태다.

◇ 현장 오류 호소 '한 달째'…행안부 "조치·해소, 7월 재산세 대비"
취재진은 최근 전화 통화 등 직접 취재에 더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 오류를 둘러싼 전국 지자체 지방세 담당 공무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 목소리는 그저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단순 고충 정도로 보기는 어려웠다.한 달 넘게 반복되는 오류에 불만을 넘어 잔뜩 날이 선 경우도 있었다.

시스템 오류로 수납 업무에 문제가 생기니 공무원 본인을 넘어 납세자의 불편이 커지고, 때론 현장 민원인의 성난 화살이 날아들고 있어서다.

실시간 수납 미반영, 환급 관련 전자이체시스템 불안정, 취득세 산출세액 임의 변경 현상, 이전 시스템 편의기능 삭제, 주소변동 내역 조회 어려움, 취득세 부과내역 조회 시 지연 현상 등이 차세대 시스템으로 지방세 업무를 봐온 공무원들이 전공노를 통해 전해온 문제들이다.현장 공무원들은 주정차 위반 과태료 수납 등 세외수입 업무와 관련해서도 묶음 가상계좌 및 대체 압류 처리 미구현 등 다양한 오류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시스템 전체 매뉴얼 미공유, 담당 공무원 오류 해소 요청에 대한 피드백 지연 등 차세대 시스템을 총괄한 행정안전부,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차세대 시스템 오류의 핵심은 조회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존 시스템보다 불편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민원인은 온라인 '위택스(Wetax)'에서 세금을 냈다고 하는데,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납세 증명서를 발급 못 하는 경우, 가상계좌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행안부는 현장에서 매뉴얼 숙지가 되지 않아 그렇다고 하지만, 세무직 현장 공무원들은 20∼30년 일한 사람들인데 그게 맞는 이야기냐"라고 반문했다.

행안부는 차세대 시스템 오류와 관련해 현장 공무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으며,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도 개통 초기보다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이동욱 행안부 대변인은 "노조(전공노) 게시판에 불만이 올라온 내용은 초반에 조치해 다 해결이 됐다"면서 "민원 전화가 개통 일주일간 하루 평균 4천500건이었는데, 현재는 2천∼2천500건으로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 개통 초기 세금을 못 냈던 국민 불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은 없다"면서 "시스템이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다 보니 (공무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재산세 납부 시기인) 7월에 문제없게 하려고 모니터링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매년 이를 위해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데 올해는 벌써 만들어졌다"고 알렸다.

◇ "현장 소통 부족·데이터 호환 이상" 지적…'비상대책반' 대처 주문
차세대 시스템은 서울 외 전국 각 지자체가 개별 관리하던 지방세·세외수입 시스템을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클라우드상에 하나로 묶어 새로 구축한 것이다.

지자체가 저마다 사용하던 시스템을 전국 단위로 통합하다 보니 구축 초기부터 지자체 공무원들과 긴밀한 의사소통, 의견 반영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이 충분치 않아 시스템 통합(SI) 이후 비로소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SI를 론칭하기 전에 일선 공무원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현장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 전에 '베타 테스트'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상대응반을 꾸려서 신속하게 문제에 대처하고, 동시에 유지·보수 작업을 거쳐 시스템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로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외부의 해킹 공격 징후가 없는 것으로 볼 때 결국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요 문제로 지목되는 실시간으로 수납 반영이 안 되거나, 다른 시스템으로 관련 정보가 전송이 안 되는 것은 차세대 시스템이 외부 시스템과 데이터의 호환성 면에서 오작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염 교수는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차세대 시스템이 온전한 형태로 넘겨줬는지, 그게 아니라면 전송 과정에서 데이터가 틀어진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 사태와 이번 차세대 시스템 오류를 동일선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산망 사태가 기존에 마련된 장비에서 발생한 '하드웨어'의 문제라면, 이번에는 출시 과정에서 생긴 '소프트웨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통신(IT) 전문가는 "디버깅(오류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고 설치한 소프트웨어에서 의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며 "개발 업체에 원인을 물어보면 테스트할 시간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