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글로 피해"… 영어유치원 2.5억 손배소 결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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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어유치원이 '맘카페 허위글'로 손해를 봤다며 학부모였던 작성자를 상대로 거액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3년 만에 원고 패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김상우)는 서울의 한 유치원이 학부모 A씨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9년 8월 이 유치원에 다니던 A씨 자녀가 수업 도중 눈 부위를 다치며 시작됐다. 이 사고로 A씨 자녀는 응급실 치료 등을 받았지만 당시 유치원 측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음에도 보험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A씨는 지난 2020년 12월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 유치원 관련 글이 올라오자 보험 내용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자녀의 입소 사실을 후회한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유치원 측의 신고로 이 댓글은 삭제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온라인 카페 여러 곳에 유치원 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법적조치를 전달받았다는 등 부정적인 글을 게시했다. 유치원은 A씨가 글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 2022년 1월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았다.
유치원 측은 A씨가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소를 진행했는데 불기소결정이 내려지자 2021년 11월 2억5000만원 상당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씨의 행위로 원생이 줄었다며 약 2년간 발생한 손해와 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건을 3년6개월여간 심리한 1심은 유치원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일단 재판부는 A씨가 게시한 글들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치원의 주장처럼 A씨가 보험 미가입 자체를 주장하거나 보험처리를 회피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사고 당시 유치원 측이 보험처리를 안내한 정황이 인정되는 만큼 유치원의 대처 미흡 등을 주로 지적한 A씨 글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불기소결정을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검찰 역시 A씨가 이 유치원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여러 학부모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글을 작성한 것을 거론하며 이를 허위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이 공익에 부합하는 만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게시글 내용은 카페 회원들의 관심이 높은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해당 카페는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학부모들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교육기관 선택에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고 특정 유치원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의견도 제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처럼 타인을 비방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면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기관으로서도 발전 계기를 만들 수 있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김상우)는 서울의 한 유치원이 학부모 A씨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9년 8월 이 유치원에 다니던 A씨 자녀가 수업 도중 눈 부위를 다치며 시작됐다. 이 사고로 A씨 자녀는 응급실 치료 등을 받았지만 당시 유치원 측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음에도 보험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A씨는 지난 2020년 12월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 유치원 관련 글이 올라오자 보험 내용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자녀의 입소 사실을 후회한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유치원 측의 신고로 이 댓글은 삭제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온라인 카페 여러 곳에 유치원 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법적조치를 전달받았다는 등 부정적인 글을 게시했다. 유치원은 A씨가 글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 2022년 1월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았다.
유치원 측은 A씨가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소를 진행했는데 불기소결정이 내려지자 2021년 11월 2억5000만원 상당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씨의 행위로 원생이 줄었다며 약 2년간 발생한 손해와 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건을 3년6개월여간 심리한 1심은 유치원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일단 재판부는 A씨가 게시한 글들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치원의 주장처럼 A씨가 보험 미가입 자체를 주장하거나 보험처리를 회피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사고 당시 유치원 측이 보험처리를 안내한 정황이 인정되는 만큼 유치원의 대처 미흡 등을 주로 지적한 A씨 글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불기소결정을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검찰 역시 A씨가 이 유치원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여러 학부모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글을 작성한 것을 거론하며 이를 허위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이 공익에 부합하는 만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게시글 내용은 카페 회원들의 관심이 높은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해당 카페는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학부모들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교육기관 선택에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고 특정 유치원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의견도 제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처럼 타인을 비방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면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기관으로서도 발전 계기를 만들 수 있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