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문턱' 낮춰…중곡·중화·화곡 빌라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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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시장서울 재개발 시장에 ‘역대급’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가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완화한 데 이어 서울시가 도로 여건 기준(접도율)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사업 추진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광진구 강서구 중랑구 등 주요 빌라 밀집 지역의 재개발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재개발 가능 면적은 기존의 2.5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역대급 변화 온다
정부, 노후도 요건 완화
도로 여건 기준 낮춰
사업성 높일 인센티브도
3종 용적률 1.2배로 올리고
기부채납 부담은 줄여
노후 요건 맞추기 어려운
신축 빌라 지역은 주의
공사비 등 비용 상승은 여전히 사업의 큰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추진 요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용도지역 상향,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해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신축 빌라가 많은 지역은 노후도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빌라 밀집지, ‘아파트촌’ 되나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접도율 기준 완화로 광진구 중곡동, 중랑구 중화동, 강서구 화곡동 등 서울 내 1190만㎡ 면적의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기존 재개발 가능 면적(484만㎡)의 2.5배에 달한다. 강북권(한강 이북 11개 자치구 기준)만 놓고 보면 개발 가능 지역은 286만㎡에서 800만㎡로 세 배가량 늘어난다.업계에선 1960~1980년대 지정된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지구는 대부분 대상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접도율은 4m 이상 도로에만 맞닿아 있어도 도시기반시설이 양호하다고 판단해 재개발에 부적합하다고 보는 판단 기준이다. 앞으로는 소방차 진출입과 불법 주정차 문제 등을 반영해 6m 미만 도로에 접하면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시 조례가 개정된다.정부가 노후도 요건을 완화한 데다 접도율 기준까지 낮아지면서 시장 전체에 미칠 파급이 상당히 커졌다는 게 정비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월 말 입법 예고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에는 기존 67%(3분의 2)인 노후도 요건을 60%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은 노후도가 50%면 사업이 가능하다.
재개발 추진을 위한 문턱뿐 아니라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도 대거 도입된다. 우선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1.2배(360%)까지 확대하고, 역세권은 준주거(500%)로 종 상향이 가능해진다. 공공기여(기부채납) 부담도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다. 종 상향 때 적용하는 공공 기여율이 3월 27일부로 15%에서 10%로 낮아졌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용적률을 손해 보는 일도 사라진다. 2004년 1·2·3종으로 종 세분화되면서 기준보다 높은 용적률을 갖고 있는 주택의 ‘현황용적률’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보정계수 제도를 도입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외곽지역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보전해준다. 보정계수는 땅값, 가구 수, 과밀 정도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정계수가 적용되면 용적률이 늘어나고 총 임대주택 수는 최대 40%까지 줄어든다”며 “땅값이 아주 높은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동 등 재개발 동력 살아날 듯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신속통합재개발 도입, 통합심의 등을 통해 재개발 사업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신규 사업 추진이 막히고 기존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파격적인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신속통합재개발 후보지 69곳 중 구역 지정이 이뤄진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로 개발이 무산됐던 사업지나 모아타운 등을 추진 중이던 후보지의 재개발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된 용산구 한남1구역, 존치관리구역 상태인 동작구 노량진 9·10·11구역 등이 거론된다. 노후도 요건 등은 갖췄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모아타운 추진이 무산된 지역에도 재개발 추진 동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한편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달동네’ 재개발이 자치구 지원을 받아 속속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시장 기대도 높아진다. 성북구 정릉골은 지난 1월, 노원구 백사마을은 3월 중순 각각 자치구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을 받았다. 1960~1970년대 서울 도심 개발 정책에 따라 밀려난 철거민이 강제 이주하면서 형성된 노후 주거지다. 정릉골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1411가구의 고급 테라스 하우스 단지로 바뀐다. 백사마을엔 최고 20층, 2437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남의 대표 판자촌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에는 1600가구 공동주택 건설계획안이 확정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했던 알짜 땅이 대거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 있어 노후도를 맞출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