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소경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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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력받는 수소 생태계올해 초 현대자동차는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라면서 자동차를 넘어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쳐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20년 전만 해도 전망이 회의적이던 배터리가 큰 시장이 된 사례까지 언급하며 수소 사업 의지를 보여줬다. 수소차(넥쏘) 후속 모델 출시 지연으로 의구심이 커지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얼마 전에는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던 현대모비스의 수소 사업을 현대차가 인수하기도 했다.
인프라·제도 구축해 뒷받침해야
문재도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 의장
최초의 수소 보급차인 넥쏘를 출시한 때와 지금은 정부의 수소경제 전략에 변화가 적지 않다. 초기 수소경제가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성장 모델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 에너지 안보 확보뿐 아니라 ‘청정수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청정수소 사용을 촉진할 인증제 도입과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 개설이 올해 최대 현안이 됐다. 수송 분야도 온실가스 배출이 큰 버스와 트럭 등을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하고, 이에 필요한 수소도 기체를 액화해 대량으로 충전소에 보급할 예정이다.세계 80여 개국이 수소경제 전략을 채택하고 실현하고 있는 만큼 수소산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인프라 확충, 법제도 마련을 고민할 때다. 이와 관련, 첫째로 각국의 청정수소 인증과 수소 생태계 전반의 기술 표준을 제때 마련하고 통일해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표준이 통일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렵고 막대한 거래비용이 발생해 수소경제로 가는 길이 그만큼 험난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국제사회가 청정수소의 정의를 생산 방식에 따른 색깔 차이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둘째, 청정수소 생산과 유통 등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스 등 화석연료를 활용해 생산할 ‘블루수소’는 기존 에너지 기업의 자체 재원 조달로 가능할 것이나,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해 생성하는 ‘그린수소’는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자금을 마련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금 한국이 산업 공정에서 매년 사용 중인 수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t을 그린수소로 대체한다면 10GW 규모의 수전해 설비와 여기에 전기를 공급할 재생에너지 설비를 20GW 이상 새로 구축해야 한다. 수전해 생산설비도 충분치 않고, GW급 대용량으로 운영한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져야 한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요처까지 확보하려면 상당 기간 손실보전 조치까지 필요할 수 있다.
한편, 청정수소를 당장 국내에서 조달하지 못해 수입할 경우 수소경제를 통한 국내 일자리 창출 가능성과 해외 의존에 따른 에너지 안보도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따라서 수소경제를 추진하려면 더욱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청정수소 운송에 사용할 운반선과 인수기지 건설은 물론 해외 수전해 설비 공사 등 주요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청정수소 도입 등 수소경제 구축에 함께할 파트너 국가들과 ‘청정수소 상호 인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40여 년 전엔 반도체 불모지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을 키웠고, 20여 년 전 산업 주역들은 배터리에서 큰 시장을 창출했다. 수소에서 산업의 미래를 찾는 노력이 성공하려면 민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