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만5700바퀴, 누적 이용객 10억명…스무살 KTX '교통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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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2004년 4월 1일 새벽 5시5분. 승객 935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첫 KTX가 부산역을 출발했다. 목적지인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54분. 새마을호로 4시간23분 걸리던 거리를 2시간49분 만에 달리며 ‘고속철도 시대’의 신호탄을 쐈다. 그로부터 20년 뒤 KTX 누적 이용자는 10억 명을 돌파했다. KTX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닌 거리를 합하면 지구 1만5700바퀴를 넘는다. 국내 인구 100명 중 95명은 60분 내로 KTX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속철도망도 촘촘해졌다.
4월 1일이 KTX 개통 20주년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국민 대표 교통수단으로
인구의 94.6%가 영향권
2004년 2개노선 20개역
현재 8개노선 69개역
부담 없이 지역 여행
서울~부산 2시간23분
용산~광주 1시간36분
요금도 '착한 가격' 유지
하루 평균 이용객 23만 명
KTX가 4월 1일 개통 20주년을 맞는다. 2004년 새마을호(시속 150㎞)보다 두 배 빠른 시속 300㎞(영업속도 기준)의 KTX가 운행을 개시하며 속도 혁명이 시작됐다. 개통 첫해부터 KTX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운행을 시작한 지 14일 만에 이용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유럽의 고속철도 유로스타는 100만 명 이용자를 달성하기까지 약 6개월 걸렸다.20년이 지난 뒤 KTX는 국민의 대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04년 7만2000명에서 작년 23만 명으로 뛰었다. 누적 승객은 작년 8월 10억 명을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당 20번 넘게 KTX를 탄 셈이다. 올해 하반기 11억 명 돌파가 예상된다. KTX 누적 운행 거리는 지구 둘레의 1만5700배에 달하는 6억3000만㎞다. 하루 평균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역은 서울역(9만6717명)이고 이어 부산역(3만6101명), 동대구역(3만4875명) 등 순이다.
2004년만 해도 KTX는 2개 노선(경부선·호남선), 20개 역에만 정차했다. 2011년 전라선(용산~여수엑스포), 2015년 호남선(오송~광주송정), 2017년 강릉선(서울~강릉), 2021년 중앙선(청량리~안동) 등 KTX 영토는 점점 확장됐다. 최근 8개 노선, 69개 역에 KTX가 다닌다. 2021년 기준 전체 국토 면적의 75.1%, 인구의 94.6%가 1시간 안에 KTX를 이용할 수 있는 ‘고속철도 영향권’에 있다.속도도 진화하고 있다. 2004년엔 최단 시간 기준 서울역에서 부산까지 2시간47분, 용산역에서 광주까지 2시간46분 걸렸다. 지금은 서울~부산 2시간23분, 용산~광주는 1시간36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서울~부산 구간은 한때 1시간57분 만에 도달했지만, 국민 편익을 위해 정차 역을 늘리면서 운행 시간이 소폭 늘었다. 서울~부산 구간 기준 2004년 4만5000원에 달하던 KTX 이용요금은 현재 5만98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짜장면 가격이 3222원에서 6361원으로 뛴 걸 감안하면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KTX 따라 관광객도 증가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며 지역 경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교통 혼잡 완화, 물류비 감축 등의 경제적 효과가 대표 성과로 꼽힌다. 사회적으론 지방 출장과 고향 방문, 대형병원 진료 등이 한결 쉬워졌다. KTX 역세권 개발을 바탕으로 상업·주거 인프라가 대거 확충돼 ‘천지개벽’한 곳도 있다. 경기 광명역과 충남 천안아산역 인근이 대표적이다.하지만 고용이나 인구 등 측면에서 서울 집중도가 높아지는 ‘빨대 효과’를 가속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방 주민이 쇼핑이나 진료를 위해 서울로 가는 게 훨씬 수월해진 만큼 지역의 상권 및 의료 인프라 등이 한층 열악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객 유입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지역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KTX 강릉역 개통 이후 강릉의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버스로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 주저하던 지역 여행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새로운 교통 시스템이 나올 때마다 일부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KTX를 통해 주요 역과 역을 잇는 건 어느 정도 완성된 만큼 앞으로는 각 지역의 버스나 지하철 네트워크를 활용해 KTX 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