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부자감세' 덧씌워 반대…민생법안 빛도 못보고 폐기되나

尹정부 경제 활성화 정책, 국회서 모조리 막혀

R&D·시설투자 세액공제부터
전통시장 소비 공제율 상향까지
금투세 등 법안과 엮어 제동

정부, 5월 임시국회서 재추진
野 태클에 '자동폐기' 가능성
올해 출범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핵심 카드는 ‘감세’와 ‘규제 완화’다.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도록 유도하고 국민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초부터 경제 및 투자 활성화 민생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부자 감세’와 ‘재벌 특혜’ 프레임에 가로막혀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둔 가운데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자 감세’ 또 꺼내든 야당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 중점 추진하는 세제 개편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의원발의를 통해 제출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6개 과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추가됐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2023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말 여야 합의에 따라 2년 유예됐는데, 윤 대통령이 다시 폐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나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 강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기업의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10%포인트 높이고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세수가 1조6000여억원 감소하지만, 기업 투자를 유도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세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와 기업투자 활성화 법안은 ‘부자 감세’와 ‘재벌 특혜’라고 규정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노후차 개별소비세 감면, 전통시장 소비 공제율 상향 등 여야 이견이 작은 법안마저 금투세 폐지 등 여야 쟁점 법안과 엮이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일절 논의되지 못했다. 여당도 총선을 앞두고 통과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십 개 민생 과제 폐기되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7개 입법 과제에 대해 “총선이 끝난 후 5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입법과제는 동력을 상실한 채 오는 5월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무더기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7월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재입법 절차에 들어가도 9월 이후에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법안 외에도 수십 개 민생 과제가 추가로 22대 국회 통과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 들어 추진하기로 발표한 입법 과제만 최소 66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중 상당수 과제는 여야 간 이견으로 장기간 표류하거나 국회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부동산 분야에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세컨드홈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다주택자 등에게 혜택을 준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추진되고 있는 배당 증대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부담 완화 등도 국회 통과가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가 평일에도 의무 휴업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범야권의 거센 반대가 예상된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부활을 위해 추진하는 원전산업지원 특별법 제정은 입법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민생 과제에 경제 활력 제고, 저출산 대응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과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여야 합의로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