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이 지나간 곳에도 꽃이 핀다… 레후아꽃으로 보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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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작가 '소녀와 레후아' 전
떼아트갤러리서 4월 12일까지
생과 사 갈림길 놓였던 딸의 이미지서 영감
화산재에서 피어나는 레후아의 생명력 담아
![김상경 작가의 '소녀와 레후아와 붉은새2'(2024) /떼아트갤러리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295603.1.jpg)
김상경의 작품은 분출을 앞둔 화산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화면 속 풍경은 정적(靜的)이다. 하지만 그 안의 요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상을 준다. 낮과 밤, 현실과 허구, 또는 삶과 죽음 사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묘사하면서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작품들은 화산섬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평동 떼아트갤러리에서 지난 1일 열린 김상경의 개인전 '소녀와 레우하'에선 작가가 미국의 하와이, 한국의 제주도 등지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들을 선보인다.
![김상경 작가의 '푸른숲-천남성과 소년'(2024) /떼아트갤러리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295643.1.jpg)
이번 전시 '소녀와 레후아'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녀⸱소년을 풍경의 화자로 등장시키면서다. 신비로운 동양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소녀와 소년은 관람자를 정면에서 응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티브는 작가의 어린 딸이다. 10여 년 전 작가의 수술을 앞두고 병실을 찾은 어린 딸의 조용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담았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서 마주친 딸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추동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겨울 아이들과 찾은 제주도, 2018년 아들의 대학 합격을 기념해 방문한 하와이는 작가한테 선물 같은 기억이었다. 강렬한 햇빛, 잿빛 대지에서도 만개하는 식물에서 폭발적인 생명력을 느꼈다.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나는 붉은 레후아 꽃, 기운이 흐르는 대지, 트와일라잇의 하늘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한다. 새는 미래를 함께 살아갈 동반자다. 그들이 건강한 미래를 씩씩하게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전시는 12일까지.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