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영화 만들려 한국장례협회부터 찾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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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인터뷰
2월 22일 개봉 이후 한 달을 조금 넘긴 현재, <파묘>가 1100만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파묘>는 한국영화사상 23번째 천만 영화가 되었다. 올해 기준으로는 <서울의 봄> (김성수, 2023)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영화로 풀 죽은 극장가가 이 두 편의 영화로 생기를 회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시대극과 드라마 류의 영화들이 천만 영화 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파묘>는 매니아층의 선호가 분명한 호러/오컬트 장르로, 천만 영화의 리스트에서는 유일하다. 흥행과 인기를 넘어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파묘>의 감독, 장재현을 만났다.▷천만 기념 선물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아직 못 받았다 (웃음). 사실 선물은 내가 해야 한다. 고생한 스탭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아직 구상 중이다. ▷많은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을 ‘오컬트의 장인’ 이라고 입을 모아 칭하지 않는가. 타이틀이 마음에 드는지.
-뭐라도 붙으니 나쁘진 않다 (웃음). 그럼에도 이번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이것이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전작과는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고, 사실상 그래왔는데 ‘오컬트’라는 하나의 장르로 타이틀이 달리니 관객들이나 팬분들이 기대하는 것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파묘>도 오컬트라기 보다는 ‘귀신 영화’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먼저 공개가 되었는데, 독일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의외로 독일 관객들이 좋아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지 않은가. 토론을 즐기는 문화이고. <파묘>에서 다루어지는 한국사적인 이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사바하> 팬분들이 <파묘>를 최초로 보겠다고 한국에서 베를린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것이다. 그들이 레드 카펫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정말 뭉클했다. ▷첫 단편영화인 <인도에서 온 말리>는 현재 장재현 감독의 정체성과 매우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꼭 그렇지는 않다. 성균관대학교에 다녔을 때 했던 학교 과제였는데, 이 영화 역시 이민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종교’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영화이다. 무거운 영화는 아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가진 작품이다. 그때만 해도 오컬트 장르가 한국에서 흔치 않았고, 내가 정말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2014년에 만든 단편, <12번째 보조사제>가 2015년 <검은 사제들>로 발전한다. 어떻게 이렇게 창대한 장편 데뷔를 하게 된 것인지.
-이 영화는 처음부터 장편 트리트먼트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일종의 워밍업 프로젝트로 단편을 만들어 본 것이다. 단편의 편집이 끝났을 때 장편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다행히 그때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을 맡게 되었고, 캐스팅 (강동원, 김윤석)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정말 신인감독으로는 꿈도 꿔 볼 수 없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장재현 감독에 대한 나의 인상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감독’이다. 특히 <사바하>가 보여주는 종교적 배경과 디테일은 압도적이다. 참으로 창작자의 고민과 노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일단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어떻게 ‘학습 계획’을 짜는지 궁금하다.
-미리 계획을 짜진 않는다. 큰 이야기 틀 안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먼저 찾는 식이다. 예를 들어 <파묘> 같은 경우 한국장례협회를 제일 먼저 찾아갔다. 협회장님께 내가 누굴 만나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고, 나이 든 장의사들을 소개 받았다. 그 분들에게 주옥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분들을 통해 풍수지리사도 소개를 받았다. ▷<사바하>와 <파묘>의 작업과정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찍는 방식이 완전 반대였다. <사바하> 같은 경우 콘티대로 찍었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말끔하게 나오긴 했지만 뭔가 한계가 느껴졌다. 폭발력이 없다고 할까. <파묘>의 경우 서사보다는 에너지가 중요했고, 계획보다는 ‘기운’이 필요한 영화였다. 그래서 스토리보드에 많이 의존하지 않고 일단 현장에서 많은 시도를 해보는 방식을 택했다. ▷지극히 토속적인 소재와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이 서막이 LA인 것이 흥미로웠다. LA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LA의 저택이 사실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 감독 사택의 옆집이다. 공교롭게도 촬영이 시작되고 며칠 있다 타계하셨지만 신기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LA의 한인 가정을 택한 이유는 실제로 해방 이후 많은 친일파들이 LA로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파묘>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로케이션이었다.
▷이번 영화의 미덕이 많지만 무엇보다 배우 드림팀이 돋보인다. 원했던 캐스팅을 다 얻었나? 특히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에서 무당역을 했던 박정자 배우가 등장해서 놀랐고 좋았다.
-사실 100% 이상의 캐스팅이다. 내가 원했던 캐스팅보다 훨씬 더 잘됐다. 특히 박정자 배우가 가진 카리스마는 대안이 없다. 꼭 박정자 배우여만 했고 허락해 주셔서 멋진 역할을 만들어 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나?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계속 비슷한 장르 안에서 작업을 할 것 같긴 하다. 이 범주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고, 변주를 줄 수 있는 것도 많다. 비슷한 장르 안에서 반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반은 새로운 것을 혼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음에도 장재현 감독에게는 지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파묘>의 신비로운 기운을 인간의 형상으로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영화의 흥행도 경사지만, 장재현의 출현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더 큰 경사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재능과 노력이 어떤 또 다른 프로젝트로 배태될 것인지 지금부터 ‘설레일 결심’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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