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최저임금 인상의 그림자

박신영 뉴욕 특파원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시내에서 구글 별점 3~4점(5점 만점) 수준의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식사 주문과 계산 등 소비자 응대를 위한 종업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쁜 시간대에 한 명이 여러 테이블을 동시에 감당해 오랜 시간 주문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각에서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시는 올해 초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에서 16달러로 인상했다. 뉴욕시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발의한 ‘레이즈 업 뉴욕’이라는 법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2026년까지 시간당 최소 21.25달러까지 인상한 뒤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자동으로 최저임금을 조정해야 한다.

美 전역, 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요식 사업에 직격탄이 된다. 식자재 업체도 임금 인상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임금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위해 운용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별점이 높은 일부 고급 레스토랑은 아직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는 데다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적절한 규모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임금 상승 흐름을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주는 4월 1일부터 패스트푸드업계에서 60개 이상 지점을 보유한 업체의 종업원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존 15.5달러에서 20달러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 노동자가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경우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최소 3200달러로 추정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430만원이다.

해당 업계 종사자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주 내 피자헛의 일부 지점은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배달 기사 1200여 명을 해고하거나 다른 파트로 배치했다. 피자헛 레스토랑 가맹점 운영 법인인 서던캘리포니아피자도 840여 명의 배달 근로자를 해고했다.

기업들 해고·가격인상 나서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 부담이 커졌다. 맥도날드가 최저임금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결과 빅맥세트는 지역에 따라 11.3~18달러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원화로 약 2만4000원을 내야 빅맥세트를 먹을 수 있다.

인건비 인상의 그늘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관리직 직원을 중심으로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매출과 수익 둔화가 원인이다. 업계에서는 UPS가 지난해 택배기사 연봉을 14만5000달러에서 17만달러로 올린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정책에도 강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잠정치(3.2%)보다도 0.2%포인트 높았다. 기업들이 올라가는 인건비를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기업들의 임금 인상 소식이 들려온다.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 인상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의 내 일자리와 맞바꾼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