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4·10 총선이 이제 8일 남았다. 새로운 인물들이 민의를 대변해 22대 국회를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길 법도 한데 몇몇 후보를 보니 암담함이 앞선다. 국회의원 특권을 이용해 더 큰 반칙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지 의심되는 사람들이 국민의 공복 노릇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을 공천한 공당은 옹호에 급급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상대 당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시도한다. 후보나 당이나 부끄러움을 모르고 유권자 무서운 줄도 모른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0년 서울 잠원동의 31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인 장녀 명의로 대구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당시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출을 사실상 ‘사기’로 받아 집을 사고는 “우리 가족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냐”고 강변했다. 지난해 “내 딸 때문에 (부산대 의전원에) 떨어진 사람이 없다”던 조국 대표의 말만큼이나 도덕관념의 마비가 충격적이다. 그는 논란이 계속되자 어제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금을 긴급히 갚겠다”고 밝혔지만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뒤늦은 안간힘으로 보일 뿐이다.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민주당 공영운 후보도 서울 성수동 부동산 문제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매입 시점과 아들에게 증여한 시점 모두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후보는 10개월 새 부부 재산이 41억원 증가해 검사장 출신 남편의 전관예우와 다단계 업체 변호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박 후보는 “전관예우라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며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줬다. 남이 하면 전관예우고 내 편이면 열심히 일한 것인가.

국회의원은 당연히 사회의 지도층이고 누구보다 공적인 역할을 요구받는 자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국민들의 평균적인 도덕성과 상식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우리 정치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