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뱅 지분 높여라"…네이버 '라인 왕국'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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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드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하는 일본의 라인야후가 대주주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에 지분 조정 검토를 요구하기로 했다. 네이버에 일부 위탁하고 있는 서비스 개발과 시스템 운용 업무도 종료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라인을 기반으로 일본 사업을 확장하던 네이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라인야후 최대주주 'A홀딩스'
日 총무성이 '지분 조정' 요구
라인야후, 네이버 위탁업무 축소
개인정보 유출 사태 앞세웠지만
"국민 메신저, 韓이 좌우" 우려도
“지분 조정 이뤄질 가능성 낮아”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이날 일본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라인의 이용자 정보 유출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경영 체제를 점검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총무성은 당시 “소프트뱅크의 지분을 높이라”고 구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는 A홀딩스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세운 회사다. 라인야후는 일본 1위 메신저인 라인과 최대 포털 서비스인 야후재팬을 서비스하고 있다.라인야후는 작년 11월 서버가 공격당해 라인 앱의 이용자 정보 51만여 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올 2월에는 라인의 업무 위탁처 두 곳으로부터 직원 5만7000여 명의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라인 이용자 유출과 관련한 행정 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의 관리 감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라인 서비스는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에서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출시 당시부터 현재까지 일부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 보수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다. 네이버는 원청인 라인야후의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네이버가 동시에 라인야후의 대주주여서 안전 관리가 곤란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라인야후가 지분 조정을 요청할 경우 모회사인 A홀딩스가 먼저 관련 내용을 검토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두 요청인 만큼 지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도 “소프트뱅크가 중간 지주회사 A홀딩스의 주식을 10% 더 산다고 해도 2000억엔이 필요하다”며 “네이버도 라인야후를 전략회사로 규정하고 있어 영향력 저하를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2조9731억엔(약 26조50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야후와 보안 강화를 위해 기술적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일본 사업 제동 걸리나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한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라인야후의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라인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작년 3월 말 기준 950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사회 인프라인 셈이다. 라인야후는 일본 경제안전보장추진법상 특정 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됐다.현재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 자회사, 네이버의 관계회사로 분류된다.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경영은 소프트뱅크가, 개발은 네이버가 담당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네이버의 실적에서 라인 실적은 영업 외 수익으로 집계된다. 네이버도 라인에 대해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국적 논란을 피하고 있다.
네이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경우 일본 시장 공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이름은 라인망가다. 카카오의 픽코마와 함께 일본 시장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꼽힌다.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은 지난해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소다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승우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