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폐업, 예식장은 요양원으로…광주·창원마저 소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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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8
'출산율 1.0' 지금이 골든타임
(8) 대도시도 소멸 위기
창원, 인구 100만명 겨우 턱걸이
항공·방산 등 뿌리산업 '흔들'
부산, 광역시 중 첫 소멸위험 진입
교육 낙후지역 늘고 학력수준 뚝
광주에선 분만 산부인과 6곳뿐
초교마저 노인大로 간판 바꿔
1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산업단지에 자리한 돼지국밥집.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30대인 기자가 들어가자 “오랜만에 젊은 양반이 왔다”며 반겼다. 그는 “손님 대부분이 50~60대”라며 “야구팀이 있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산단 일대는 한산했다. 이따금씩 적막을 깨는 그라인더(표면을 매끄럽게 갈아내는 작업) 소리만 들렸다. 한 주조업체 대표는 “월급 5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사람이 안 온다”며 “직업계 고등학교도 학생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인구 감소가 산업 경쟁력에 영향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창원 인구는 지난 2월 말 기준 100만6593명이다. 창원, 마산, 진해를 합쳐 통합 창원시를 만든 2010년 109만181명에서 14년 만에 8만3588명이 줄었다. 이런 감소세는 2014년 행정구역 조정이 있었던 청주 흥덕구를 제외하면 지역도시 중 가장 가파르다. 내년께 인구가 100만 명 아래로 내려가면 특례시 지위도 박탈당할 수 있다.인프라 붕괴→교육 악화 악순환
인구 감소는 산업뿐 아니라 출산, 양육, 교육 인프라 등에 영향을 미쳐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강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교육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중 부산 출신은 138명으로 2013년 173명에 비해 20.2% 감소했다. 작년 부산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2만4000명당 한 명의 서울대생을 배출한 것인데, 이는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9위에 그치는 성적이다.부산 지역에선 어린이들의 학력 수준이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필굿이 지난해 7~8월 전국 5~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지능검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주의력이 낮은 학생 비중은 13.7%로 서울 지역(7.7%)의 두 배에 달했다. 필굿은 ‘서울과 부산의 교육 인프라 차이’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초등학교가 노인대학으로
창원=강경주/부산=민건태/광주=임동률/공주=강진규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