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승률'에도 프로농구 MVP로 언급된 이정현, 5관왕 달성(종합)

2011년 문태영 이후 첫 국내선수 20점↑…기량발전상에 베스트5 선정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기록적 시즌을 보낸 이정현(소노)이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5관왕'을 달성했다. 이정현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4경기에 출전, 평균 22.8점 6.6어시스트 2.0스틸을 기록했다.

어시스트, 스틸, 3점 부문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 득점 부문도 1위다. 국내 선수가 평균 20점을 넘긴 건 2010-2011시즌 문태영(22점)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드래프트 출신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7-2008시즌 방성윤(22.1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압도적 개인 성적에 이정현은 일각에서 정규리그 MVP 후보로도 언급됐다. 팀 성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소노는 8위에 그쳤다.

20승 34패로 올 시즌을 마쳤고, 승률은 37%였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가장 낮은 팀 순위로 MVP를 타낸 사례는 2008-2009시즌 주희정이었다.

당시 주희정은 54경기에 모두 나섰다.

평균 15.1점 8.3어시스트 4.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으나 안양 KT&G(현 정관장)는 7위(29승 25패)에 그쳐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이 시즌 주희정이 PO에 오르지 못했는데도 MVP를 받은 유일한 사례다.

성적이 같았던 6위 인천 전자랜드에 상대 전적에서 밀려 탈락했지만 KT&G를 이끌고 마지막까지 PO 경쟁에 참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와 달리 올 시즌 소노는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몰렸고, 일찌감치 PO 경쟁에서는 밀렸다.

그런데도 MVP 후보로 언급됐다는 사실은 이정현의 개인 활약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정현은 올 시즌 30점 이상 퍼부은 경기가 9차례나 된다.

지난 2월 14일 부산 KCC전에서는 42점을 폭발하기도 했다.

경기 운영에도 눈을 떠 어시스트도 많았다.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경기가 6번이다.

그를 애제자로 생각하는 김승기 감독은 수상과 별개로 이정현이 현재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다.

타 팀 감독도 김 감독의 확신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소노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정현에 대해 "사실상 외국인 선수다.

막아도 30점씩 때려 넣는다"고 평가했다.

이 경기에서 이정현은 38점을 폭발해 소노의 102-87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이정현은 1일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프로농구 최고 가드로 도약이 단숨에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에는 15.0점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득점은 8점, 어시스트는 2개가량 늘었다.

필드골 성공률은 42.1%에서 46.4%, 3점 성공률도 34.2%에서 37.2%로 높아졌다.

수비 수치도 좋아졌다.

리바운드(2.6개→3.4개), 스틸(1.7개→2.0개) 모두 늘었다.

이정현은 계량 부문 3관왕에 기량발전상, 베스트5 선정을 합쳐 도합 5관왕을 달성했다.

이정현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팀 성적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게 아닐까 한다"고 웃었다.

이정현은 "앞으로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MVP 후보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이전 시즌보다는 큰 기복 없이 잘 마무리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량이 발전하면서 MVP 수준에 가깝게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음 시즌 목표는 이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팀 승리까지 챙겨 더 좋은 성적으로 당당히 PO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